20대가 전하는 20대가 스타트업에 뛰어들면 안되는 이유
여전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20대, 청춘, 열정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트업을 20대의 전유물인양 이야기하고 "20대에 한번쯤은", "실패해도 괜찮아"와 같은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는 멘토들이 지금도 간혹 보인다. 물론 이전보다는 덜하다. 아마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성공한 20대 스타트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하기 때문이다. 왜 20대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할까. 20대에게 없는, 그렇지만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4가지와 판도라 상자 마지막에 남은 희망까지 시리즈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네번째,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가.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척이나 많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뽑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라고 답할 것이다. 돈이 없으면 빌리면 되고 기술력은 조금 더디지만 배울 수 있다. 주변에 같이 할 팀원이 없으면 혼자 할 수도 있는 법이다. 모든 사업이 많은 돈, 뛰어난 기술력, 좋은 팀원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때다 파는 것도 사업이고 지하철에서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파는 것도 사업이다. 사실 매출을 내고 적지만 1-2명의 직원에서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다수의 스타트업보다 가치있는 일 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는 보따리 장수부터 IT 스타트업 CEO까지 정말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자산이다. 자기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산업에서 성공할리 만무하다.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별게 아니다. 이전에 길거리에서 솜사탕을 팔아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팔았다기보다, 홍대 거리에서 어떤 서비스를 소개하고 현장에서 회원가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 솜사탕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고, 어색하고 힘들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1-2시간 하다보면 요령이 생긴다. 혼자 걸어가는 사람보다 2-3명씩 무리지어 가는 사람들을 공략하는게 좋다던가, 첫마디를 어떻게 때는게 좋은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짧은 설명이 더 좋다는 사실 등이 그렇다. 이날 행사를 위해 꽤 오래 기획하고 여러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당일날 우리가 느끼고 배운 것을 모두 알 수는 없었다. 어떤 일을 할 때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 글에서 얘기하는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란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내부에서 내부를 바라볼 때에만 알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아무런 직장 경험도 사업 경험도 없는 20대가 스타트업에 뛰어 들었다. 어떻게 할까. 정답은 삽질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삽질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20대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 요인은 '삽질의 속도'이다. 얼마나 많이 삽질을 하고, 얼마나 빠르게 배우는지에 따라 성장의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삽질은 불가피하지만, '삽질' 자체에 의미부여 해서는 안된다. 삽질은 철저히 과정일 뿐이다. 만약 삽질을 안할 수 있다면 안하고 바로 정답에 다가가는 것이야 말로 진짜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대에게는 삽질을 최소화시킬 마땅한 수단이 없다. 어디까지나 몸으로 부딪혀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흑삽으로 땅을 파는 기분이랄까. 물론 열심히하면 땅을 깊게 팔 수 있고, 때로는 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이맘때 쯤 화물운송시장으로 스타트업을 준비했었다. 그에 관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2015년에 중견기업 규모의 화물운송사 대표님과 우연한 기회로 알게되었다. 20년 대학 선배로 한번씩 만나서 술을 얻어먹곤 했었다. 이전부터 물류업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분이셨고 물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 그러던 중 나에게 같이 물류스타트업을 준비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물류 산업을 시작으로 어떻게 세상을 더 밝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크고 장황한 청사진을 그렸다. 머리 속으로는 이미 BEP는 물론이고 IPO까지 꿈꿨다. 이때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재미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물류'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일 뿐이었다. 그리고 운송사 대표님은 물류 업계에 20년 가까이 종사한 분으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때문에 이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서로의 인사이트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일이 핵심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팀은 오래가지 못했다. 20년에 가까운 나이차와 그로 인한 가치관의 차이는 팀의 시작부터 인식하고 있던 리스크임에도 관리하는데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큰 팀이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동창업자가 운영하는 운송사의 클라이언트들에게 공문을 보내, 각 현장 물류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시간 가량의 고객인터뷰를 진행했다. 9곳의 물류 센터를 직접 방문하고 현장책임자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그 후 우리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면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운송사에서 TF팀을 꾸려 같은 사무실에서 지내도록 하였다. 각각 물류 업계에만 7-8년 이상 종사하신 분들이었다. 두달 가까운 시간을 그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식사하고 업무를 보면서 일을 배웠다. 총 6개월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 후에 우연한 기회로, 물류 스타트업 공모전에 제출된 사업계획서 몇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6개월 전이었으면 굉장히 그럴싸하게 생각 했을 아이디어들이 부질 없어 보였다. 계획서를 보자마자 '아 이 친구들은 진짜 운송시장에 대해 1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앞으로는 드론이 택배 배송하는거 아냐?" 라며 신기해하는 친구를 보는 기분이었다. 운송 시장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드론이 기존의 택배 시스템을 대체한다는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알 수 있다. 물론 그 친구들이 실제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걸 왜 몸으로 경험해 봐야 아나'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반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대가 가장 잘 아는 시장도 있지 않는가. 그렇지만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20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성공한게 있었는가. 물론 없지는 않다. 페이스북이나 스냅쳇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딱히 생각나는 업체가 없다. 스타트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20대를 소위 '계륵'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만큼 뭔가 있기는 한데 사업으로 성장시키기에는 어렵다는 뜻이다. 20대가 20대 혹은 대학생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무슨 공모전만 하면 그 놈의 'SNS', '소셜' 등의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 이유이다. 허나 엄격히 말해서 20대는 썩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제대로 수익도 안나면서 유저 몇 만명 모아서 성공한 듯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좀 그만 했으면 한다.
스타트업에게는 시간이 돈이다. 창업이라는 '경험' 혹은 '스펙'을 얻기 위해 스타트업에 뛰어 들었다면 말릴 마음은 없다. 그러나 정말로 성공하기 원한다면, 단순히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경험과 지식을 얻기 위해 삽질을 하는 시간은 정말 아까워 해야할 시간이다. 산업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이 삽질할 시간에 2-3개의 아이템을 더 확인해보고도 남았을 것이다.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1/5) - 너에게 돈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2/5) -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3/5) - 남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4/5) -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가
20대 청년 창업가로서 갖는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살펴보자. 정말 스타트업은 20대의 전유물일까.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20대는 20대때부터 스타트업 업계에서 구르는 것이 옳은가. 스타트업을 꿈꾸는 20대가 바라는 것이 정말 스타트업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