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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Dec 19. 2016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1/5)

20대가 전하는 20대가 스타트업에 뛰어들면 안되는 이유

여전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20대, 청춘, 열정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트업을 20대의 전유물인양 이야기하고 "20대에 한번쯤은", "실패해도 괜찮아"와 같은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는 멘토들이 지금도 간혹 보인다. 물론 이전보다는 덜하다. 아마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성공한 20대 스타트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하기 때문이다. 왜 20대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할까. 20대에게 없는, 그렇지만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4가지와 판도라 상자 마지막에 남은 희망까지 시리즈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 너에게 돈이 있는가.


1. 20대, 너에게 돈이 있는가.

돈이 있는가. 어쩌면 세속적인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날카로운 서비스와 충성도 높은 유저를 확보하면 돈은 문제가 아니다", "팀이 중요하다. 팀이 좋으면 돈은 따라온다" 와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들어봤을 것이다. 또 요즘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많고 정부지원사업도 많아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평범한 20대가 스타트업을 해나가는 과정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린스타트업을 이야기하고, 빠른 MVP 개발과, 고객의 피드백에 기반한 적절한 피벗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스타트업은 어떤 사업모델이 유효한지를 끊임없이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다. (참고: 린 스타트업 바이블(Lean Startup Bible), 조성주 )


자 그러면, 20대인 당신은 어떻게 본인의 사업모델을 검증할 것인가. 먼저 당신이 기획자 겸 CEO라고 가정해보자. 일단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그 다음에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이 서비스를 개발해줄 혹은 사업을 같이 할 팀원을 모아야 한다. 이미 여기서 많이들 실패한다. "좋은 개발자는 어디서 구할 수 있죠?", "추천해 줄만한 개발자가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개인적으로 많이 받는데 솔직히 답해주기 어렵다. 개발자 입장에서 위와 같은 문의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들어온다. 당신이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일년이면 50번가까이 쏟아지는 문의 속에서 스스로를 어필해야한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직접 개발을 배우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좋다. 본인이 시간을 투자해서 개발을 익혔던, 주변에 좋은 개발자를 구워삶았든 팀이 꾸려졌다고 하자. 이제 서비스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 보통 이때쯤 이런저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열심히 팀을 소개하고 팀의 비전을 설명한다. 많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서비스를 발표하고 평가를 받고 하다보면 설레기도 할 것이다. 명함이라도 파면 설렘은 배로 커진다. 사족이지만 나도 처음 명함을 판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성과가 좋다면 작게는 500에서 2-3000정도까지 시드투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서비스는 보통 개발 중이거나 막 초기버전을 런칭한 수준일 것이다. 만약 MVP 개발을 마쳤고 초기유저를 확보했으면 이제 고객의 반응을 살필 때이다. 과연 이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검증을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에 시장이 바뀌었을수도 있다. 또 유저의 대부분이 지인이라거나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거나 기타 이유들로 검증이 힘들수도 있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가능성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서비스를 더 성장시켜나간다. 피벗팅은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다. 아직 월급은 줄 수 없는 상태이다.


다음 스텝은 시리즈A 투자를 알아보는 것이다. 시리즈A는 통상 VC로부터 받는 첫 투자유치를 의미한다. 보통 팀이 꾸려져있고 구동되는 제품이 있는 경우에 받는데 규모는 1-2억에서 많게는 5억 정도이다. 기업가치로 보면 3억에서 10억정도가 적당하다. 미국의 경우 규모가 더 크다. 이전에 이루어진 시드투자는 완전 초기 기업에 이루어진 투자로 규모가 크지 않기에 팀원들 월급을 주기는 어렵고, 시드투자 단계까지는 사무실이 없는 경우도 많다. 시리즈A를 받고나면 어느정도 회사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 다음은 시리즈B, 시리즈C를 받고 최종적으로 IPO를 노려볼 수 있지만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자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보통 짧아도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사실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매우 소수이고 위에서 쭉 적어둔 각 단계마다 10에 9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리즈A정도는 되야 당신의 제품을 시장에 제대로 내놓고 검증해 볼 수 있다. 좌절스럽지만 이제 스타트업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당신에게 돈이 있다면

당신에게 돈이 있다면 어떨까. 지인 중에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 금액을 말하기는 뭐하지만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이 몇 십억 되는 분이다.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내 지인들이 팀에 속해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응원하고 있는 팀이다. 당신에게 크던 작던 돈이 있다는 것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된다. 


첫번째, 모델의 검증을 위해 쓸데 없이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앞에 글에서 나타나듯이, 단지 내가 생각하는 사업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당신이 쏟아야 할 시간은 매우 길다. 당신은 확신을 갖고 있지만 아무도 당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즈A에 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 (사업을 해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을 만나서 설득해야하고 매우 자주 고나리질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시리즈A의 투자금은 해봐야 1-2억이다. 만약 당신이 금수저라면, 당신은 그 시간을 허비할 필요없이 당신의 사업모델을 바로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스타트업은 적합한 사업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모델이 잘못된 모델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을수록 다른 모델을 찾아볼 시간은 늘어난다.


두번째, 팀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좋은 팀을 꾸리는 것은 가장 큰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이다. 열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길지 않다. 작년에 정말 마음 맞는 팀원 둘이랑 풀타임으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성과 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면 사람은 쉽게 지친다. 거기에 수입이 없이는 생계를 오래 유지하기 힘든 팀원이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팀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것, 혹은 팀원들 각자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것은 팀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 


세번째,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의 폭이 달라진다.

20대 스타트업의 90% 이상은 서비스(웹/앱) 기반의 사업모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초기 자본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사업모델마다 MVP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허들이 다르다. IT기반의 서비스업은 인건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팀만 잘꾸린다면 쉽게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반면 제조업을 꿈꾼다면? MVP를 위해 필요한 것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아무것도 없는 당신에게 처음부터 큰 돈을 주지는 않는다.

MVP를 개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때로는 MVP를 검증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톡의 경우가 그렇다. 어떤 서비스가 제대로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 일정 이상의 사용자를 필요로 할 경우, 이를 쉽게 검증해보기 어렵다. 역시나 이런 서비스는 20대가 시작하기 어렵다. 여하튼 IT기반의 서비스에 기반한 스타트업이 미어터지는 이유이다. 당신에게 돈이 있다는 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의 폭이 훨씬 넒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1/5) - 너에게 돈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2/5) -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3/5) - 남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4/5) -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가


마치며

20대 청년 창업가로서 갖는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살펴보자. 정말 스타트업은 20대의 전유물일까.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20대는 20대때부터 스타트업 업계에서 구르는 것이 옳은가. 스타트업을 꿈꾸는 20대가 바라는 것이 정말 스타트업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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