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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Dec 21. 2016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2/5)

20대가 전하는 20대가 스타트업에 뛰어들면 안되는 이유

여전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20대, 청춘, 열정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트업을 20대의 전유물인양 이야기하고 "20대에 한번쯤은", "실패해도 괜찮아"와 같은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는 멘토들이 지금도 간혹 보인다. 물론 이전보다는 덜하다. 아마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성공한 20대 스타트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하기 때문이다. 왜 20대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할까. 20대에게 없는, 그렇지만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4가지와 판도라 상자 마지막에 남은 희망까지 시리즈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두번째,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부제는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결코 당신의 팀원이 될 수 없다' 이다.


2. 20대,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이번 화의 제목을 뭘로 정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 네트워크, 인적 자산, 조금 노골적으로는 인맥이라 쓸까 고민을 했는데 각각의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나 편견이 강하다보니 단어를 바꾸게 되었다. 이번 화는 '20대,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이다.


먼저 팀원과 직원을 구분하자.

먼저 제발 팀원과 직원을 구분하자. 스타트업의 팀원과 직원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직원이 몇명인지와 상관없이 팀원은 1명일수도, 2명일수도, 또 없을수도 있다. 농장의 동물들이 모여서 식당을 연다고 생각해보자. 아침 메뉴는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다. 당신이 닭의 입장일때와 돼지의 입장일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기서 돼지가 팀원이라면 닭은 직원이다. 닭은 단순히 계란을 하나 내며 참여하는 수준이지만, 돼지는 자기 살을 내어주는 헌신인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직원과 팀원을 구분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조금 딱딱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할때에 서로의 역할이 분명해지고 조직이 더 견고해진다. 팀원은 서로의 운명공동체이다. 서로의 리스크를 나눠지고 그 보상 역시 나눠가지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큰 희생이 요구되고 회사가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상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직원은 그렇지않다. 제발 직원에게 팀원으로서의 희생을 요구하지말고 희생을 요구할거면 그만큼의 보상을 약속해라. 회사가 어려울 때 월급을 낮춰야하는건 팀원이지 직원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좋은 팀원을 구하는 일이다. 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VC들이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매기거나 투자를 결정할 때 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초기 창업팀은 기업의 DNA이다" 라는 주제로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지만.. 다음 기회에 그렇다면 20대인 우리는 스타트업 팀을 어떻게 꾸리는가.


운명적인 만남?

누구나 꿈을 과하게 꾸다보면 그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때가 많다. 속된 말로 스타트업 뽕이라고 하는데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한 경영대생이 공대에 붙인 포스터였다. 정확한 자료를 찾지 못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략 '나는 스티브잡스이고, 나의 스티브 워즈니악을 찾는다'라는 내용이었다. 잡스가 기획의 신이었다면 워즈니악은 사실상 애플 시리즈를 혼자서 만든 괴물같은 엔지니어이다. 잡스 뒤에 워즈니악이 있었기에 지금의 애플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둘의 콤비는 유명하다. 아마 저 경영대 학생은 이제 갓 스타트업을 접했거나 최근에 잡스의 자서전을 읽지 않았을까. 잡스와 워즈니악을 나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것이 자기 아이디어는 최고란 착각에 빠져 실행을 해줄 팀원을 모집하러 다니는 멍청이들을 수없이 양산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거기에 아이디어가 마치 전체 사업에 대단한 기여를 한다는 마냥 으스대거나, 잡스의 완벽주의를 따라한다고 이상한데서 고집을 부리기까지하면 진상 3종세트 완성이다.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당신이 스티브 워즈니악 정도의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라면 저 포스터를 보고 따라가겠느냐. 한마디 해주고 싶다. 꿈깨시라.


강한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팀원?

다른 케이스는 나는 '엄청난 아이디어'와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공감해줄 팀원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팀의 비전을 명확하게 세우고 그 비전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비전은 나침반과 같다. 우리 팀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나타내준다. 그런데 팀의 비전은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변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큰 기업도 해가 넘어가면 조금씩 비전이 달라진다. 하물며 이제 초기 팀원을 찾고 있는 당신의 현재의 아이디어와 현재의 비전은 얼마나 더 바뀌겠는가.

간혹 어떤 팀이 본인들 아이디어는 획기적이어서 유출 염려가 있어 얘기해줄 수 없다고 할 때가 있다. 심하면 비밀유지각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냥 안궁금하니까 갈길 가시라고 하고 싶다. 스타트업의 비전, 아이템, 중요하다. 그렇지만 까지꺼 바꾸면 그만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아이디어에 꽂혀서 팀원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템을 피벗할 때마다 팀을 새로 꾸릴건가. 오히려 아이템과 비전은 좋은 팀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다듬어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이쯤되면 '그럼 어쩌라고'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해서도 안되고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라면 어디서 좋은 팀원을 찾아야할까. 미국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가 제시한 공동창업자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 세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찾을 것, 두번째는 같은 대학교 동기 중에 찾을 것, 세번째는 지인의 지인을 통해 찾을 것이다. 심지어 세번째는 왠만하면 피하라고 당부한다. 또 기업이 성장하면서 전체 구성원이 100명이 되기전에는 절대 공개채용을 하지말기를 권장한다. 무조건 직원의 추천을 통해서만 뽑으라는 것이다. 과하다고 생각이 드는가. 더러운 학벌주의, 인맥주의란 생각이 먼저 드는가. 그럴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게 현실이다.

좋은 팀원 한명은 스타트업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나쁜 팀원 한명은 단순히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것을 넘어 팀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다. 어차피 월급도 안나오는 초기 스타트업에 돈안받고 일할 사람이 많으면 좋은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팀원들 간의 갈등으로 망한다. 여기서 나쁜 팀원은 정서적인 부분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팀원의 무능력함 역시 팀의 큰 리스크이다. 가령 어떤 팀에 당신이 새로 들어갔는데, 자신보다 무능력한 팀원이 먼저 일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지분을 갖는다면? 또, 초기 창업팀에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디자인 실력이 형편없다고 하자. 그래서 새로운 디자이너를 데려왔더니 기존의 디자이너는 회사에서 맡을 일이 없어졌다. 만약 이 디자이너가 회사 지분의 10%를 가지고 있다면? 생각만해도 피곤해진다. 무능력한 팀원은 +0이 아니라 -100이다.


그래서 팀원을 어떻게 구하냐고?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렇다. 친구한테 전화해라. 그리고 '너 내 동료가 되라'를 시전해라. 그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와줄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너의 팀원이다. 만약 그렇게 나를 믿고 따라와줄 사람이 없다면, 관둬라. 당신은 아직 스타트업에 뛰어들 때가 아니다.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결코 당신의 팀원이 될 수 없다.

그래 당신이 열심히 살아왔고 원만한 교유관계를 맺어왔다면, 당신을 믿고 따라와줄 팀원 1-2명은 찾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의 말처럼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있다.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결코 당신의 팀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결코 당신의 팀원이 될 수 없다. 나에게 이 말을 해준 사람은 위자드웍스 표철민 대표님이다. 곱씹을수록 깊게 와닿는 말이다. 내가 처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에서 1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다.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때였다. 그때 재밌는 친구 한명을 알게되었다. 그 친구는 과학고를 입학하고 1년만에 자퇴한 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능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능을 2-3달 남기고 스타트업을 준비하겠다고 팀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해 12월쯤에 5-6명의 팀원이 모였다. 나를 포함해서, 한마디로 오합지졸이었다. 아직 입학도 제대로 안한 세내기들 4명과 3학년 한명이 전부였다. 당연히 제대로 제품이 나왔을리 없고 6개월쯤 뒤에 팀은 해체되었다. 그 후에 그 친구는 NHN Next에 입학 했고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요즘도 만나서 그때 얘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그때 우리의 실패는 아이템의 문제였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합지졸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대표가 오합지졸이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지금은 능력도 엄청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다.)

그 이후로 공부를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성장할수록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성장한다는 것이다. 분야와 상관없이 내 실력이 늘면 늘수록 주변에 더 실력있는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생겨나고 그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생긴다. 그렇게 같이 성장하면서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신뢰하고 당신을 신뢰하는, 그런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간다. 이게 스타트업 팀빌딩의 핵심이다. 팀빌딩은 거창한 비전이나 아이템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한 신뢰감과 유대감으로 엮인 동료를 찾는 일이다.


20대인 당신이 팀을 구할때 만약 지인 중에 당신을 믿고 같이 일해줄 사람이 없다면 당신은 아직 스타트업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아니다. 관둬라. 그리고 취직을 하든 프리랜서로 일하든 당신의 인재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또 당신이 당신을 믿고 따라와 줄 팀원을 모았다고 해도, 명심해라. 당신은 딱 자신에게 맞는 팀만 꾸릴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잡스나 워즈니악과 같은 천재라면 당장 스타트업에 뛰어들어도 좋다. 그렇지만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팀으로 끌어들어 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때려치길 바란다.


스타트업 팀을 꾸린다는 것은 내가 신뢰하고 또 나를 신뢰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필연적으로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 일 수 밖에 없다. 20대 스타트업 팀이 성공하지 못하는 또 한가지 이유인 것이다. 물론 희망적인 점은, 당신이 자기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 당신은 성장할 것이고 당신의 주변 사람들 역시 성장할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더 좋은 팀을 꾸릴 수 있지 않겠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1/5) - 너에게 돈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2/5) -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3/5) - 남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4/5) -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가


마치며

20대 청년 창업가로서 갖는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살펴보자. 정말 스타트업은 20대의 전유물일까.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20대는 20대때부터 스타트업 업계에서 구르는 것이 옳은가. 스타트업을 꿈꾸는 20대가 바라는 것이 정말 스타트업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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