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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Jan 20. 2017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3/5)

20대가 전하는 20대가 스타트업에 뛰어들면 안되는 이유

여전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20대, 청춘, 열정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트업을 20대의 전유물인양 이야기하고 "20대에 한번쯤은", "실패해도 괜찮아"와 같은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는 멘토들이 지금도 간혹 보인다. 물론 이전보다는 덜하다. 아마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성공한 20대 스타트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하기 때문이다. 왜 20대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할까. 20대에게 없는, 그렇지만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4가지와 판도라 상자 마지막에 남은 희망까지 시리즈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세번째, 남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는가.


3. 20대, 남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는가.

당신에게 뛰어난 기술력이 있는가. 100명이 뛰어들어서 그 중 1명이 성공하는게 스타트업이다. 그렇다면 왜 당신이 실패하는 99명이 아니라 성공하는 1명이어야 할까. 열정이 있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할거라서? 열정이 없는,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는 건 부당할 수 있지만 열정이 있고 열심히 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당신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는 성공할거야' 라는 강한 확신을 갖을 수는 있다. 혹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달콤한 멘토들의 말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확신을 갖는 것과, 누군가에게 나와 나의 팀의 잠재력을 이해시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성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뛰어난 기술력은 당신의 실질적인 성공확률을 높여준다.


시장은 냉정하다.

시장은 냉정하다. 시장에서는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높은 학벌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성공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사회에 얼마 남지 않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의미를 들여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전에 라인에 취직한 지인한테 들은 얘기인데 라인플러스의 공채 경쟁률이 500:1이 넘는다고 한다. 500대 1이라.. 그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물론 내가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경쟁에 임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서울대'라는 학벌이 나에게 최소한의 무엇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학벌이라는 명찰을 때고 499명을 재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학벌이 무의미한 것은 전혀 아니다. 좋은 학벌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다른 곳과는 다르게 학벌이 무엇인가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학벌이 부족한 누군가에게는 좋은 소식일수도 있지만, 이것이 경쟁률의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시장이라는 냉혹한 환경에서 벌리는 진검승부와 같다. 이 냉혹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타트업을 '학벌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돈이나 인적 네트워크, 기술력 등도 마찬가지이다.


압도적인 기술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압도적인 기술력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령 당신이 혼자 알파고를 능가하는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하자. 당신에게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 온갖 인재들이 무급으로라도 옆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안달일 수도 있다. 99%의 스타트업이 실패한다는 사실은 더이상 당신에게 의미가 없다. 굳이 99%의 실패하는 팀과 당신을 비교할 필요도, 그리고 시장에서의 평가도 두려울 것이 없다. 혼자서 애플시리즈를 다 개발한 스티브 워즈니악이나 오픈소스 운영체제 리눅스의 창시자 리눅스 토발즈 등이 그렇다. 20대 이런 기술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가 화장실 청소라도 할테니 같이 일하고 싶다.


꼭 압도적인 기술력이 아니어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경쟁력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산업일수록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 최소한 500대 1의 경쟁률을 50대 1, 10대 1 정도까지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대 스타트업은 한계가 분명하다. 경험도 부족하고 기술력이라 해봐야 웹/앱 서비스 개발 수준인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없어서 팀원을 모으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보니 아이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소셜, SNS, 데이팅 등이 주류를 이룬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적 장벽이 없는 서비스는 대개 빠른 성장과 시장선점이 중요한데, 큰 서비스를 관리해본 경험도 없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한 총탄도 없는 20대에게는 쉽지 않다.


기술력, 그 이상의 함의

아마 누군가는 스타트업이 꼭 기술력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또 기술력이 필요하면 좋은 엔지니어를 찾으면 된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납득되는 부분이다. 한국에 성공한 스타트업 중에 초기부터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이다. 그나마 '뭔가 어려워 보이는게'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정도 인데, 사실 영화추천은 1990년대부터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졌었고 공개된 소스코드도 많고 데이터베이스도 풍부하다.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 역시 좋은 예이다. 명함은 오랜 시간 오프라인으로 교환되어지고 있었다. 이를 자동화하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으나 잘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리멤버는 '전문 타이피스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쉽게 말해, 명함을 사진찍어서 올리면 사람이 직접 타이핑해주는 구조이다. 초기에는 비웃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so what'이다. 문제 해결방법이 세련됐던 그렇지 않던 소비자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사용하기 편하면 그게 좋은 서비스이다. 리멤버의 누적투자액은 120억이 넘고 현재까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리멤버가 '언제까지' 기술력이 없는 상태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던져볼 수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오랜 기간의 R&D를 통해 사람에 가까운 글자인식 기술을 갖추었다고 하자. 그리고 리멤버와 동일한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떡할까. 당신이 연구자라면 의미있는 결과겠지만,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을 날린 것에 불과하다. 리멤버는 사람의 손을 빌려 먼저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것이고, 나중에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차차 기술력을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기술력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그 이상의 함의를 갖게 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수단으로 에토스(ethos), 파토스(pthos), 로고스(logos)의 세 가지를 구분하고 있다. 에토스는 품성이나 품격, 카리스마 등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감을 뜻하고 파토스는 감성적 호소력을 뜻한다. 그리고 로고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성, 논리적 구속력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설득요소 중 에토스(ethos)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즉, 다른 사람 설득할 때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부분보다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신뢰감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같은 주장이라도 전문가가 하는 것과 일반인이 하는 것의 차이가 그것이다.


당신이 투자자 앞에 선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당신의 현재 서비스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가 그 비전과 방향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시켜야 한다. 당신의 시장에 대한 분석, 서비스의 방향성, 비즈니스 모델 등이 잘 준비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메세지는 다르게 전달된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간혹 아이템이 겹치기도 하는데, 서비스의 성격이나 비전이 비슷한 경우에도 각 팀에 대해 내가 느끼는 기대감이 판이하게 다를 때가 있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과 팀이 잘 분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과 팀이 얼마나 잘어울리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미래를 말한다. 끊임없이 바뀌고 깨지고, 동시에 끊임없이 성장해야한다. 스타트업이 꿈꾸는 바에 비하면 현실은 항상 시궁창이다. 다시 말해, 당신은 시궁창인 현실 속에서 장밋빛 미래를 그려야한다. 물론 당신이 혼자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같은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리고 매우매우매우 어렵다. 팀원을 설득하는 일은 이전 글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에서처럼 평소에 신뢰 관계를 쌓아둔 사람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은 또 다르다. 기술력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인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진짜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이다.


아무것도 해본적 없고 할 줄도 모르는 팀이 내놓은 비전과, 그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갖춘 팀이 내놓은 비전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설사 현실은 같은 시궁창이라 해도.


당신이 창업을 꿈꾸지만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으로 무장한 패기가 아니라 회사에 들어가 일을 배우거나, 대학원에 진학에 공부를 더 하는 것 일수도 있다.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1/5) - 너에게 돈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2/5) - 너를 믿고 따라와줄 팀원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3/5) - 남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는가

20대, 청춘,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4/5) -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가


마치며

20대 청년 창업가로서 갖는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살펴보자. 정말 스타트업은 20대의 전유물일까.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20대는 20대때부터 스타트업 업계에서 구르는 것이 옳은가. 스타트업을 꿈꾸는 20대가 바라는 것이 정말 스타트업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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