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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May 18. 2023

부모 마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 마음은 늘 불안하다. 아이가 다치지나 않을까, 누구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런 처지에 먼 미래까지 내다보면 더 까마득하니 막막해진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 보기도 하고 좋다는 곳은 다 기웃거려 보지만, 체력과 경제력에 한계를 느끼며 애먼 사람만 탓하게 된다.  

    

 부모의 순수한 의욕과 사랑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현실 여건의 한계와 불안심리를 파고드는 장사치들의 집요한 설득은 얼마나 솔깃한지 모른다. 그러다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을 허우적거리다 결국 지쳐 버린다. 그래서 스스로와 가족을 탓해보다 안되면 아이를 들볶고 사랑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억압과 강요로 이어져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상처만 남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잘되도록 뒷받침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아이도 엄마를 부담스러워해서 관계마저 나빠지는 참담한 결과만 남게 된다. 어디서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부모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모자란 점이 많고 부족한 것도 많다. 바로 이런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먼저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은 좋지만, 과도한 책임 의식은 욕심으로 번져 아이와 모두에게 부담을 주며 긴장하게 만든다.   

   

 이런 인위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명의 힘을 믿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인 것 같다. 산천초목이 다 대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듯이 아이도 생명의 힘으로 잘 자랄 것이며 스스로 배워나갈 것이다. 그런 피어나는 생명에게 부모는 보조 역할과 도우미 역할을 하는 길잡이다. 우선 이렇게 믿고 맡기며 키운다면 아이도 편하게 자라고 부모도 자식을 키우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부모 특히 주 양육자인 엄마의 불안심리와 인내심 부족이다. 아동과 관련된 산업의 많은 부분이 이런 부모를 돕기도 하지만, 상술로 교묘하게 파고들어 부추긴다. 요즘은 그런 정보가 넘치고 또 그렇게 끌려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 못한 부모는 뭔가 잘못하는 것 같고,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니 엄마라는 과도한 부담과 책임 의식에서 벗어나서 불안을 넘어서 믿음으로 돌보며, 한 사람으로서 부모 자신을 통찰하고 성장해 나가며 인내심을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은 부모의 성장과 함께 아이도 성장하며 아이의 성장이 부모의 성장을 자극하는 선순환 관계가 된다.  

   

 그래서 아이를 믿고 맡기며 지금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게 된다. 생명을,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더 큰 자연의 섭리와 진리가 생명을 돌보고 아이와 함께 부모의 생명까지 돌보고 있다. 이런 믿음의 관점에서 아이를 보면 아이는 나에게 맡겨진 짐이 아니라 선물이며 축복이다. 부모보다 더 모두를 돌보고 키우는 그 생명의 근원에 감사드리며 그런 믿음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인내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으로 이것저것 따져보고 생각해 보면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먼저 생명과 자연의 순리를 믿고 맡기고 나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며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도 생기게 된다. 내가 스스로 편안하면 누가 뭐라 해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 그러니 내 마음의 중심을 찾고 회복하는 것이 온 세상을 극복하는 길이며 모두를 위한 길이 된다. 

     

 내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우면 세상이 다 편안하다. 아동의 주 양육자인 엄마가 편안하면 온 집안이 편하고 아이도 편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엄마가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마음을 챙기는 것이 온 가족과 모두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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