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은 아이의 양육과 더불어 훈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나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깥일과 육아를 동시에 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짐으로 남편이 돕는다고 해도 여성이 감당해야 할 부분에 버거움을 느낀다. 아동 양육에만 전념하는 사람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좋은 이미지가 많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 중 1위는 단연 ‘잔소리’ 일 것이다. 어떤 아이는 엄마는 나한테 잔소리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고 하고 엄마가 뭐라고 말을 하려면, 아이가 먼저 ‘또 그 소리, 잔소리 좀 고만해!’라며 막으려 들기까지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왜 엄마는 잔소리쟁이가 되었을까? 잔소리 말고 할 말이 뭐가 있는가? 그래서 엄마 아빠 모두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의도가 바르게 표현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한 방법으로 표현될 때 도리어 자녀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잔소리는 줄이고 대신 아이의 마음, 특히 핵심 감정을 읽어주면 어떨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좋은 말로 하다 안 되면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로 억 박 지르는 대신, 지금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모양이네. 그러면 조금 놀다가 다시 해봐라. 그래, 하기 싫을 수 있어! 그럴 땐 쉬었다 하면 돼. 이런 식으로 엄마의 생각과 욕심대로가 아니라 아이의 기분과 수준에 맞게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해, 어떻게 너 마음대로만 할 수 있어?라고 강요하게 되면 아이는 점점 더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자신감마저 잃게 되며 엄마와의 관계조차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엄마와 부모를 든든한 후원자와 조력자로 인식하는 대신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까지 여기게 된다.
그래서 우선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부모는 나를 이해해 주고 도와주며 언제나 내 편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서 뭐든 간에 긍정적이고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조금 놀다 돌아와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에게는, 숙제를 빼먹지 않고 하려는 마음을 칭찬해 주고, 다 한 다음에는 잘한 부분을 찾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잘못하는 점을 지적해서 고치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칭찬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못하는 것만 고치면 다 잘할 수 있기에 못하는 것에 주목하고 고치려 든다. 특히 우리 문화 속에 이런 사고가 무의식적으로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이 가진 자원과 자질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그러기에 아이가 타고난 잠재능력과 자질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관찰하고 지지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며 도와야 할 것이다.
부모 특히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 중에는 ‘안돼! 하지 마!’라는 말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이나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보일 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는 대신 이렇게 해라, 그러면 더 안전하다. 안에서 소리 지르는 대신 남에게 방해되지 않게 밖으로 나가서 질러라. 이렇게 대안을 제시하며 그 이유를 설명해 주면 아이는 쉽게 받아들이게 되며 때와 장소를 구분할 줄 알게 된다.
이렇게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고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아이를 억압하기보다는 아이를 도와주며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이와 좋은 정서적 관계를 맺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성적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리며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허락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보다는 엄마나 부모의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불안해서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지 못하거나 아니면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뭐라도 해야 한다고 여기는 불안감 때문에 잔소리를 하게 된다.
부모에게서 존중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며 다른 사람도 존중하게 된다. 부모의 믿음과 신뢰를 받는 아이는 옆길로 가다가도 결국은 자기 길로 찾아오게 된다.
청소년기의 방황으로 먼 길을 돌아온 아이에게 부모는 야단치는 대신 ‘밥 먹자, 배고프겠다’라며 믿어주고받아주는 마음이 아이의 마음을 녹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