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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Nov 02. 2023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서 동생에게 살며시 물었다,

- 그랬더니 동생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참 코로나가 심한 시기였다.

결혼식도 영상으로 하기도 한다고

기사가 났을 무렵,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서 동생에게 살며시 물었다,



'코로나도 심한데 누나.. 안 가도 되지?'

진심 반 장난 반 오래간만에 내 연락을 받은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친누난데.. 안 오는 건 좀 그렇지.

그래도 와야지.'



동생은 진짜 황당하고

어이없어했다.



나는 그 코로나가 한참 심할 무렵,

네가 바로 결혼하는 건 줄 알았다.



그땐 나라에서도 결혼식도

조심 또 조심하라고 권고할 쯤이었기에.



다행스럽게도 코로나는 조금씩 나아졌고

동생이 곧 결혼을 한단다.



나보다 먼저 가겠거니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아기 같은 내 동생이 결혼을 하다니.



'그래. 잘 가라. (쏘쿨)'



진심 반 장난 반 내 연락에,

내 동생은 바로 친누나 드립을 펼쳤고



나는 그 순간, 정말 오래간만에

웃음이 만개했다.



결국 웃음이 터져 'ㅋㅋㅋㅋㅋㅋ'을 엄청

보내며 동생에게 빠른 사과를 했다.



'그래. 미안 갈게 근데 누나..

진짜 바쁜데 푸하.'



사실  동생은 나보다 더 절제된 캐릭터다.

맛있는 걸 먹어도 나는 엄마 맛있다, 고마워.

감사하네. 최고야! 엄마에게 바로바로 

표현하는 반면,



내 동생의 최고의 표현은 그냥 그래.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였다.



물론, 다 한 때의 지나간

본가시절 때의 얘기다.



그 시간은 나에게 분명 많은 추억을 가져다주고

경험하게 하며 스펀지처럼 무언가를 흡수하게

했으리라고 단연코 믿고 있다.



바쁜 척도 안 통하네.

언제 가지.. 대전까지? 어휴 귀찮다

하다가,



문득, 동생이 내 10대 때 동생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 날이 오버랩되어,

내 기억에 안착했다.



집인데 한 집에서 서로 문자 하던 시절이다.

과연 동생은 기억이나 할까?



 '야. 나 화장실 가고 싶어,.. 빨리

네 친구들이랑 당장 나가 놀아. 진짜 짜증 나.'



그도 그럴 것이 나랑 동생은 종종

다투긴 했어도 나름대로 우애가 좋은 편이었다.



서로 찍은 증명사진을 한 번은 교환했는데,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친구들에게 들켰다는 것이다.(?)



아니.. 그래서 ..? (그건 네 사정이고 오!)

그래서 어.. 그들이 우리 집에 온 것이다.



'너네 누나 진짜 예쁘다.'

'실물 궁금해..'로 말이다.



근데 나도 그땐 질풍노도 아주

예민한 시기였다고.

사춘기 너만 예민하냐.



사진이 잘 나온 탓일까

아님 동생이 원수일까?



생각하다가, 동생 결혼식에 문득 가기 싫어졌다.

물론, 갈 거지만 그냥 심술 한 번 부려봤다.

아니 그땐, 심술을 잔뜩 부리고 싶었다.



악착같이 버틸 이유가 번번이 사라지기도 하는

이 심오한 세상에서,



내 편 하나쯤은 아직 생존해 있다고

문득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다 지나간 시간에 의미 부여하는 건

무의미한 짓일지도 모르지만.



나 혹시 역변했나..?



문득 거울을 보다 웃는다. (박장대소)

푸하하하!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네 친구들 올 거 아냐.라고

동생에게 내뱉을 순 없었다.



다들 사춘기에는 친구 누나 한 번쯤

좋아하고 뭐 그런 거니까,.. 



축하해, 오래오래 건강해라

그리고 싸워도 건강하게 싸우고 현명하게 풀어.



p.s  그리고 한 번은 나도 생각해 본다.

나는 기획하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



이젠 나 역시 비혼주의자가 더는 아니니까.

음.. 나는 춤을 출까? 아니다 나 박치지.

그냥 2부에서 노래를 할까?  뭐 부르지?

하다가 꺄르르 꺄르르,



이내 다시 현실로 슝~

돌아온다.



결혼이 먼저가 아니고

연애가 먼저여야 하는데.



하다가 그냥 웃어버린다.

푸하하!



결혼에 대한 딱히 환상도,

결혼식에 대한 환상도

연애에 대한 정녕 환상도,



아무것도 없는 나는

그냥 지금이 꽤 보기 좋은가보다.



글을 쓰면서도 동생과 그때 문자를 주고받은 그 기억이 떠올라 내내 헤실헤실거렸다.



생각해 보스스로와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연애든, 뭐 결혼이든 뭐든..

건강하게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문득 그 기회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서,

사실 조금 떨린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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