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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Nov 06. 2023

어린 시절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에게 엄마는

반성문을 쓰라고 하셨다. 근데 엄마는 내가 생각보다 잘 써서 당황하셨다.

어린 시절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에게 엄마는 반성문을 쓰라고 하셨다.

근데 엄마는 내가 생각보다 잘 써서 당황하셨다.



너무 설득력 있게 쓴 초3 짜리의 반성문을 보고는

엄마는 말문이 막히셨다. 헤헤



나는 진짜 울면서 눈물 콧물 빼며 썼는데

고작 몇 분 늦은 것 같은데,

그땐 대체 엄만 왜 이렇게까지 하시? 싶었다.



근데 커보니까 엄마가 그렇게 혼냈던

이유를 절실히 알겠다.



집에 오기로 한 시간이 이미 넘어서.

엄마랑 한 약속을 내가 지키지 않아서



친구랑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래서 너무 신이 나서.



혼나는대도 웃으면서 할 말을 다 했다.

엄마는 기가 막혔나 보다. 

날 보며 어이없어했다. 



내가 혼나는대도 자꾸 헤실헤실 웃으니까,

엄마는 결국 회초리를 들고 내 종아리를 쳤는데.



나는 고작 이런 이유로 맞기까지 해야 하다니.

억울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럼 그냥 엄마가 통금을 없애주거나,

시간을 더 늘려주면 되잖아. 하는

당찬 날 보고 엄마는 어?라고 셨는데.



그 기억이 여전히 아직도 아른 거린다.

종아리를 맞고 다리 부어서 눈물 뚝뚝 떨구다,



서럽게 울다가 반성문도 장수, 내용

다 채워서 썼는데.



그게 너무 잘 썼는지 엄마는 심히 당황했고

나는 속으로 아싸 내일 또 나가 놀아야지!

룰루, 를 외쳤다.



하지만 엄마는 표정만 보고도 나를 읽어냈다.

결국 나에게, 외출금지는 아주 큰 시련이었고

끔찍했으며. 가혹했다. 너무나도.



아직도 기억나는 것 보니 진짜 힘들었었나 보다.



엄마는 내게 집 밖을 못 나가는 대신,

책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써오라고 하셨다.



뭐 이렇게 해 오라는 게 많아..?



'동생 태어나면 다 말해줄 거야.'

속으로 곱씹었다. 내내,



진짜 이 집에서 내가 살아남기 좀처럼 힘들었다고.

너한테만 진짜 특별히 이 꿀팁 알려주는 거라고.



결국, 나는 효녀심청을 읽고

독후감을 잘 썼는데 엄마는 읽고 생각보다

잘 써서 당황했고.



나는 꺼이꺼이 세상이,

떠나가라 코를 훌쩍이며 내내 울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알았다. 감수성이 남다르구나 내가.'



그렇게 독후감을 차곡차곡 썼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내 독후감을 보더니,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일단 장수에 

먼저 당황했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음번엔 요약해 오라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나보고  말로도 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럽긴 했는데, 또 척척 말로 해내긴 했다.



외출 금지는 내가 독후감을 잘 써서,

말을 잘해서 느낀 점을 상세히 잘 얘기해서도

절대 풀리지 않았다.



대신 엄마는 내가 뭘 잘못하면

반성문+독후감을 그렇게 쓰게 했다.

매번, 지겹도록.



그때 느꼈다 난.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가 좋아.



혼날 땐 혼나더라도 이 시간은 온전히 내 거야.

독후감 쓰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찾자.



거창한 걸 쓰지 않더라

이렇게 펜을 잡고 뭔가를 쓰는 일이

너무 좋아. 행복해! 평온해져.



근데 나 스스로 하는 건 좋은데.

반성의 의미로 쓰는 독후감은 내게 좀 곤욕이었다.



바로강제성이 내포되었기 때문이다.



자꾸만 애꿎게 글을 쓰게 해서,

잘못하면 책을 읽고 느낀 점 써오라고 하셔서.

잘 쓰면 또 말로 깨달음을 분명하게 잘 말하라고 하셔서.



그땐 진짜 진짜 눈물 나게 힘들었는데,

엄마의 훈육이 진짜 도움이 되었네.



이렇게,



지금의 나는,

글을 쓰는 것



정녕 너무 행복하니까.



p.s 그래도 타의에 의한 독후감은

정말 싫었어 엄마..



그래도 그 쓰기 싫던 독후감이,

그 시간이. 온전히 내 거라며



그 안에서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근데 나는 나중에라도

독후감 쓰라고는 안 할 거야.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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