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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Nov 14. 2024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 너랑 같이 있고 싶어.

푸핫. 발칙한 낭랑 23세 같으니라고,

태어나 처음 그렇게 말해봤다. 흐흐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그냥 너랑 같이 놀고 싶어,

가기 싫어. 안 갈래 에~ 집에.

너랑 같이 있고 싶어.



본능과 감정에 충실했던, 나는 너무나 순수했던지

반대로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었던지.



친구들의 그래서 그래서? 그다음은?

친구들의 다음을 묻는 물음에도,

친구들의 침 꿀꺽에도.



더는 아랑곳 않고

나는 내내 아쉬움만 뚝뚝(?)



불쑥 야. 너 피임은 꼭 해야 해.라는 내 친구의 말에

나는 대한민국에서 성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 폐해로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네.

그래서.. 흑흑



야. 네들 다음 기대하지 마,

나는 취해서 내내 안 취한 척하느라 혼났고.

걔는 내 돌직구에 얼굴이 사과빛이 돼서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느라 혼났고.



둘 다 복숭아빛 뺨이 돼서 부끄부끄..

좀 있으면 열두 신데 우리 진짜 어디 가지?



이제 좀 있으면 새벽인데,

우리 어디 가지?



둘 다 참 순진했지. 순수하고,

그래서 우린 M...으로 시작하는

맥도널드에 갔달까...?



다음 날 나는 아쉬움에 밤 잠 설쳤지만. 

대한민국의 성교육 폐해로 뭘 제대로

몰랐으니까, 무리수 두기는 싫었다.



정말 서로 사랑해서 서로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게다가 그땐 내가 먼저 ~하고 싶다

희망의 어조로(?) 나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진짜 집에 가기 싫어.라고 첫마디를 뗐으니.



새벽 공기도 차고, 그놈의 맥도널드도.

그놈의 둔산동 카페도 다 닫아



갈 곳을 잃은 우리는 서로만 부끄러워

빤히 쳐다보고 새벽 공기가 참 차니,



일단 택시 타서 같이 생각해 보자. 하던

너는 나를 늦었다며 이제 집에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득하고.

어머니도 늦었는데 집에서 많이 기다리실 것 같고.



아마도 알아가면서 정말 이 만큼

괜찮은 사람이 없었다.



알아가면서 먼저 내 엄마를 만나 인사드린 후,

그 애가 불편할까, 염려했는데 먼저 어른께 인사드리고 더 점수 따고 만나면 오히려 좋지!



 괜찮아.. 전혀 불편하지 않아. 나 걱정하지 마, 했던 그 애라서 그런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웠다.



뭐,.. 내가 매일 이러는 것도 아니고.

매일 늦게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한테 너 만난다고 허락도 다 받았단 말이야.

나는 왜인지 모르게 몹시 억울했다.



그 애는 그래도 너무 늦으면 어머니 많이 걱정하시니까, 나랑 같이 있는 것 아무리 아셔도.



결국 그 애는 나를 택시 태워 아주 무사히

집으로 데려다줬다. 아 억울해! 여전히..

이걸로 나올 드라마 씬이 도대체 몇 개야!



그리고 날씨만 쌀쌀하지 않음 어디 공원이나

어디라도 들어가 있겠는데,

지금 내가 생각했을 때 갈 곳이 찜질방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는 것 같아서..

찜질방은 또 누나 불편할 것 같고..



나야  찜질방도 괜찮지만..

누난 많이 불편할 것 같아서.

찜질방이 또 시끄럽기도 하고 누나 소리에 예민하다고 했는데 찜질방은 잠들기도 힘들고..



그냥 오늘은 아쉽지만, 여기서 들어가고

내일 재밌게 같이 노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정말.. 정말... 아쉽지만..



아쉬운 게 아쉬운 게 아냐. 히잉..

그 시절 나만큼이나 아쉬웠을까?



하아.. 대한민국 성교육의 폐해로,

난 용기 냈지만 그 애는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고. 뭘-해! 어딜 가 이잉..



나를 지켜주고 싶었나 보다. 진심으로,

그리고 나를 진지하게 좋아했나 보다. 그 시절에, 문득 떠올라 그냥 몇 자 적어본다.



너도 아쉬웠길 바라,

나의 향수 향기에, 누나 샴푸 뭐 써?

향기 진짜 좋다 했던 내 샴푸향에.



내 반달 눈웃음에-

내 홍조가 가득 깃든 복숭아빛 뺨에,

찹쌀떡 같은 내 볼살에.

야무진 내 입술에



너도 퍽.. 나처럼 덜덜 떨릴 만큼,

그 시절 아쉬웠길 바라.



근데 네가 현명한 거더라. 아니 그 시절 우리가,

어머니가 나 만나는 것도 이미 아시는데.

누나를 너무 늦게 들여보내면.. 내 입장도 생각해 달라던 너. 이제와 보니 너무 고마워,

그리고 고마웠고 많이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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