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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Nov 09. 2021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데미안』헤르만 헤세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두 세계’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시작한 세계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의 이름을 띄고 있다. 곧이어 미래로 이어지는 세계에는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용서와 선한 원칙들, 사랑과 존경, 그리고 성경 말씀과 지혜가 있었다. 그의 세계는 아름답고 정돈되어 있었다. 헤르만 헤세는 목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마리에게서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에서 1877년에 태어났다.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수도원학교에 입학했으나 견디지 못하고 이후 자기 파멸에 이르는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을 쓰기도 했다.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 후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맞고, 융의 제자인 랑 박사와 함께 정신 분석을 연구해 그 영향이『데미안』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인도에서 태어난 어머니의 영향으로 인도 여행으로 동양에 관심이 깊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과 아버지의 죽음, 아내의 정신병, 자신의 신병으로 가정적 위기를 당했으나 정신분석 연구로 고난을 극복하고 자기실현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이 책은 8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두 세계로부터 시작해서 카인,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으로 이어진다. 이후 베아트리체를 만나 눈을 뜨고, 젊음의 통과 유례인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를 거쳐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그리고 종말의 시작을 그린다. 도덕적이고 결함이 없던 밝은 세계만 보았던 싱클레어는 불량아인 크로머를 만난다. 크로머와 그의 세계에 저항 조차 하지 못하는 싱클레어는 그로 인해 자신의 세계가 점점 파괴됨을 직감한다. 이때 어른스럽고 자신감 있는 단호한 어조의 막스 데미안이 등장한다. 그에게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의 설화로 혜안을 얻는다. 

 

“그러나 그걸 수행하거나 충분히 강하거나 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망이 나 자신의 마음속에 온전히 들어 있을 때, 정말로 내 본질이 완전히 그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뿐이야. 그런 경우가 되기만 하면, 내면으로부터 너에게 명령되는 무엇인가를 네가 해보기만 하면, 그럴 때는 좋은 말에 마구를 매듯 네 온 의지를 팽팽히 펼 수 있어.”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주었다는 걸 설파한 데미안은 자유의지인 좋은 말로 의지를 펼 수 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이후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만나 정결함, 고귀함, 품위를 부여하게 된다. 깊은 상념에 빠진 싱클레어에게 쪽지가 도착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그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한다’는 말을 깊게 새겨 자신과 연결시킨다. 압락사스는 신이기에 앞서 또 악마인 신인 것이다. 그토록 열망했던 베아트리체에 대한 영상도 가라앉고 더 큰 존재인 데미안이 베아트리체로부터 시작된 생각의 끝을 데미안으로 정착하게 만든다. 한 번은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를 몰래 따라가서 압락사스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 오르간 연주자는 피스토리우스였으며 싱클레어에게 첫 수업을 해준다. 잠재되어있던 내면의 성향을 읽고 그 부분이 명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자기의 길이 아님을 느껴 결별한 이후, 데미안의 어머니이자 힘이 있는 여성적인 에바 부인과의 포옹에서 경외심을 배척하고 축복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전쟁이 터진다. 전장의 겨울에서 싱클레어는 '나는 많은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 이상, 자유로운 이상, 선택한 이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동의 이상'임을 느낀다. 새로 태어날 수 있기 위해 광분하고, 말살하며 또 죽으려는 영혼의 발산을 통해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알은 그 세계였고 또한 세계는 부서져야만 한다. 마지막 싱클레어는 검은 거울 위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때 데미안과 완전히 닮아 있는 모습을 찾게 된다. 친구이자 인도자인 데미안과.

 

  이 책은 데미안을 만나 참다운 어른으로 변해가는 싱클레어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올바르게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독자로부터 먼발치에서 때로는 바로 옆자리에서 지켜보게 한다. 『데미안』은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을 찾는 소년, 청소년뿐만 아니라 그들 주변에서 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는 모든 이가 읽어야 한다. '신은 자신의 손길이 다 미치치 못하는 곳에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는 그저 세상에 나왔다고 우리의 책임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이 아이가 스스로 치열한 삶을 살고 투쟁하며 부수려고 하는 세계에서 베아트리체이든 에바 부인이든 데미안이든 피토스토리우스이든 또는 크로머에 맞서든 우리는 한 생명체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이야말로 성장기 아이를 둔 모든 이의 서재에 꽂혀있어야 한다. 한 아이가 자기 자신을 향하는 길에는 투쟁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손길이 뻗쳐야 온전히 자아을 찾아가는 길에 고스란히 닿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자라는 건 마을 모두의 손길이 필요하다 @draufsich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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