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드림 Dec 07. 2021

계획해도 흐지부지 끝나는 이유

긴급상황은 우리를 항상 방해한다

하고 싶은 게 없는 건 아니다. 먹고 싶은 것도 있고 사고 싶은 것도 있다. 온라인 활동으로 활력이 넘치는 동료를 보니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다.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파악하고 싶어 서점에 들러보았다.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들로 가득하고 이 시국에 책 읽고자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편이다. 책 표지와 제목들이 눈에 띈다. 나를 데려가라며 소리친다. 제목이 마음에 드는 건 우선 손이 잡고 본다. 오, 트렌드! 그래 트렌드도 파악해야지. 오 취향? 내 취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 오, 영어 공부법, 자기 계발하려면 영어 공부부터 해야지. 자격증 취득을 해볼까? 자격증 책 한 권도 바구니에 추가한다.


책을 잔뜩 사고 난 이후 열정이 끓어올라 기존에 배우고 싶었던 온라인 강의도 결제를 하려 한다. 한때 열정이 폭발했을 때 한번 검색을 했더니 관련 내용이 알고리즘으로 계속 떠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결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조금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하루 한 끼 밥값 정도니깐 부담스럽지 않다. 또 성장을 위한 자기 계발이고 무엇보다도 이직하기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니 쉽게 결제창을 누른다.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이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 시간관리 앱도 다운로드해 놓았다. 이제 나는 벌써부터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다.

난 이제 새로운 사람이 된다. 두고 봐라 세상아! @thomasmowe, Unsplash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하고 열정이 뿜어 오르는데 비해서 일이 너무 바쁜 시즌이다. 회사는 당연히 가야 하고 야근도 해야 하며 쌓아놓은 책들이 눈에 아른거려서 돌봐줘야 하는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 커피 안마실 요량으로 결제한 온라인 강의도 쌓여만 간다. 시간관리 앱의 알람은 너무 울려서 잠시 꺼놓았다. 열정이 넘쳤던 그 사람은 어디 갔는가? 내가 이렇게 의지가 박약했던가??


"인생은 필연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완벽하기란 불가능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긴급 상황이 튀어나온다. 몸이 아플 수도, 출장을 가야 할 수도, 가족이 내 시간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Chapter 16. 어떻게 매일 반복할 것인가」 중에서


밀려드는 일로 인해 자기 계발은커녕 내년으로 다 미루게 되었다. 갑자기 출장 준비를 해야 하고, 집안에 일이 생겨서 쫓아다녀야 하며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 했던가? 하나씩 일을 해결하고 나서 한숨 돌릴 겸 긴장이 풀리고 나면 또 몸이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래, 건강이 최우선이지'라는 생각에 요양을 하다 보니 삶이 허무하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이렇게나 바삐 사는데 남는 건 없는 것인가? 그런데 딱히 눈에 띄는 성취도 없어서 더 쓸쓸해진다. 결국 나는 자기 성장은커녕 도돌이표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 것 같다.

내 열정은 일회용 불꽃처럼 금세 사라지지 @californong,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