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그 사람의 기운을 빨아들일 때가 있다.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과 만나면 그 사람의 기운이, 축 쳐지고 비관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 기운이 오롯이 나에게 전염된다. 어떤 누군가와 어느 장소에서 어떠한 대화를 하는지에 따라서 그 기운이 달라진다.
만남 끝에 무언가 찜찜할 때가 있다. 약속을 잡고 그를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갔다. 하나 생각보다 이어지지 않는 소통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도 친구이기에, 지인이기에 하며 비뚤어지려는 내 마음을 달랜다. 공감을 하며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만 어느새 내 몸도 눈치를 챈 듯 그와 멀리 뒤쪽으로 치우쳐진다.
이런 관계는 내성발톱과 같다. 무언가 드러내기는 부끄러우며 참고 견디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지만 내 몸을 더 옭아맬 뿐이다.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면 나중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 그렇게 혼자 자책하며 끙끙 앓다가 결국 병원을 방문한다.
내성발톱은 손발톱 질환 중 하나로 주로 엄지발톱에 발생하는데,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염증과 통증을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선 자꾸 넘으니깐 피하는 거죠
오랜 친구라는 관계 때문에, 조직 및 사회생활을 해야 해서 등의 이유로 우리는 누군가와 매일 관계를 맺고 산다. 평범하고 긍정적이던 사람도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며 의사소통 의지가 꺾이는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누군가가 선을 넘은 것이다. 한번 선을 넘으면 봐줄 순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위협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건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며 공감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는 사람마다 닥친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험한 세상을 사는데 위로하고 공감받으러 나온 자리에서 기운 빠지는 이야기를 하거나 선을 넘는 발언을 하면 관계는 점차 금이 간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관계가 힘든 것일까? 상황이 안 좋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에 따라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한 명 만의 탓은 아니다. 결국 진정한 인간관계는 서로의 진심을 나눠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와서 기분이 찜찜하다면 이것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아닌 것이다. 내성발톱은 끙끙 앓지 말고 바로 치료하는 방법만이 답이다.
불필요한 관계는 정리해야 한다.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찬 카카오톡을. 누군지도 모르는 SNS 팔로워를. 휴대폰 속 자리만 차지하는 전화번호들을 정리하고 자주 만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야 한다. 내성발톱 같은 관계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어느새 살 속까지 파고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