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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Aug 16. 2021

현대차와 BMW, 차량 가격과 가치의 관계

나에게 필요 없는 물품이 누군가에겐 꽃피우길

중고차를 보는 다른 관점


2010년 현대기아차, BMW코리아, 아우디 코리아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 영부인, 귀빈을 이동할 240대의 차량을 지원했다. 단 하루의 행사만을 위해 지원한 이 차량들은 대부분이 고급 세단이었다. 차량은 감가상각이 커서 한 번이라도 탑승하면 금세 중고로 전락한다. 현대기아차는 최고급 리무진 버전인 에쿠스 스탠더드 모델을 비롯해 모하비, 카니발, 그랜드 등 172대로 가장 많이 지원을 했지만 행사를 마친 차량은 테스트와 실험 목적으로 연구소로 되돌아가거나 필요한 업무용으로 전환했다. 또 사내 특판팀을 통해 해당 차량을 주행 거리와 출고 시점을 감안해 감가를 산정하고 직원 할인가로 판매했다. 


그러나 BMW코리아는 이 중고차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단기간 행사용인 차량이 각국 정상과 영부인이 탑승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다. 750Li 34대를 지원한 BMW코리아의 최고급 7 시리즈는 탑승한 VIP 이름과 함께 'ASEM 스페셜 에디션'의 엠블럼을 제작 부착해 오히려 프리미엄 값으로 인도했다. 특히 아우디 코리아는 신형 플래그십 모델 뉴 아우디 A8을 제공해 스페셜 에디션의 형태인 특별한 뉴 A8에 대기 순번을 지정했다. 누구에게는 그저 중고차지만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보니 가치가 피어나고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자칫하면 감가상각으로 제값도 못 받고 중고차 시장으로 나갈 차량들이 멋진 아이디어로 프리미엄을 붙여 완판 됐다. 누군지 몰라도 BMW에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렇게 색다른 아이디어와 관점은 지속적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한국식 교육으로 획일화가 좋은 것이라 배웠다 할지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접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 관점의 차이라는 건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이디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범 내려온다'가 그 예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다. 급성장한 경제를 지키고 싶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걸 해보면 그건 좀 아닌 거 같아라는 의견과 위에서 다 까일 거 같은데 왜 굳이 하냐는 압박이 들어온다. 창의성을 죽이고 획일화를 시키는 것이다. 관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좋은 의견 좀 내라고 또 닦달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꼬?  @사진 LG아트센터


왜냐고 묻지 마 


한 번은 뷔페를 가서 한국 부모와 외국인 부모의 차이점을 본 적이 있다. 유치원을 막 지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된듯한 아이들은 뷔페 천국에 가면 신난 게 보인다. 신난 아이는 모든 게 신기해 음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냄새도 맡으면서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때 귀를 찌르는 한국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빨리 퍼. 먹을 만큼만 덜어. 뛰어다니지 마. 질문하지 마."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며 아이를 혼냈다. 아이는 결국 기가 죽어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덜어놓는 걸 따라 한 뒤 자리에 가서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등장한 외국인 아빠와 같이 온 딸아이도 신기한 음식에 질문이 상당히 많았다. 아마 처음 보는 한국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 메뉴는 탕수육이었는데 아빠는 딸의 왜라는 질문에 화내지도 않고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그 부녀는 탕수육 앞에서만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한국 아이가 한 접시를 만드는데 1분도 채 안 걸렸다면 그 외국 아이가 한 접시를 만드는 건 아빠와의 대화와 더불어 10분 이상이 걸렸다. 왜라는 질문을 없애는 것은 창의성의 문을 끊임없이 닫는 행동이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품이 누군가에겐 꽃피우길 


동네 산책을 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쓰레기 분리장에서 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쉽사리 버린 것을 이모님이 모아 꽃밭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누구에겐 쓰레기였지만 이모님은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다양한 관점이 중요한 것은 이렇게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쓰레기가 되었다가 다시 한번 예쁜 장식품이 되었다가 한다는 것이다. 


당근 마켓이 좋은 사례이다. 나한테 필요 없는 물품을 버리기도 아깝고 누구한테 주기도 마땅치 않은 그런 물건들이 사실 많다. 또 당근 마켓을 보다 보면 새 물건도 생각보다 많다. 나도 사놓고 안 입거나 안 쓰는 예쁜 쓰레기가 가득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럴 때 저렴하게 올려놓아 좋은 주인을 다시 찾아가는 걸 보면 나도 뭔가 옛 주인으로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덕분에 가서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나에게 안 보이는 긍정적인 관점을 누군가가 환하게 비출 때가 있다. 사물의 쓰임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면 누군가에겐 쓰레기였던 조화 꽃이 예쁜 꽃으로 다시 탄생하지 않을까? 

꽃밭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자료>

- G20 의전용 지원차 행사 후 어디로 가나? https://www.etoday.co.kr/news/view/371748

- '범 내려온다' 6억 뷰 주역들 https://news.joins.com/article/2408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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