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수요일입니다. 이번 주는 추석 연휴가 있어서 왠지 화요일이 월요일 같고, 수요일이 화요일 같네요. 그래도 이틀만 버티면 주말이라는 사실에 어깨춤이 절로 난답니다. 무언가 가을이 다가오면서 더위도 가시고 매미소리도 옅어지는 계절이 오네요. 올해 여름은 특히나 더 더웠던 터라 진이 빠졌던 기억이 가득한데,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오는 소리가 더 빨리 다가오는 소리 같아 더욱더 반갑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약간 짜증이 났습니다. 아니 화가 났다가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저는 왜 화가 났을까요?
왜 사람을 밀치고 그래?
목이 말라 편의점을 방문했다. 물품을 고르고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 앞으로 갔다. 물건을 내밀고 카드결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 무언가가 뒤쪽에서 갑자기 들어왔다. 계산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뒤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본인이 고른 물건을 카운터 위에 나를 밀치며 잔뜩 올려놓는 것이었다. 물건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는데 무거우셨던 건지 아니면 무언가 기다리기가 힘겨웠던 건지 계산대 앞에 있는 나를 밀치며 까지 그렇게 물건을 놓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나?
순간 화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앞사람이 물건을 다 결제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뭐 그리 급한일이 있다고 그렇게 앞사람을 밀치며까지 자기 물건을 올리고 싶었던 걸까? 요즘 세상에 다 바쁘지 본인만 급한가?' 퇴근길이라 피곤했던지 짜증은 금세 솟구쳤다. '왜 사람을 밀치고 그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사람이 서있는데 왜 밀치고 난리야. 짜증 나게.' 물론 속 얘기로 했지만 피곤함이 불러온 화는 이내 그치지 않았다. 왜 이런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는 내가 이해가 가지도 않고 몇 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비집고 들어와 사람을 밀어내며 자기 계산만 중요하다는 듯 들이 내미는 아주머니께 화가 났다.
나는 맞고 그는 틀렸다
왜 나는 화가 나는 걸까? 라 생각해보니 '나는 맞고, 그는 틀리다'는 생각이 있어서다. 만약 남도 틀리고 나도 틀리다고 생각했으면 수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만 맞는 행동을 했고 상대방은 그릇된 태도이라 생각했기에 그 모습에 화가 난 거다. 결국 나는 나만 옳고 남은 틀리다고 생각했다. 이 고정된 사고방식은 화로 이어졌다.
이전에 내가 화냈던 여러 모습들을 돌아보면 나는 맞다고 생각하고 당신은 틀리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정당화하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한풀이를 한다. 그리고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이어진다. 청자의 입에서 '그래, 그 사람이 잘못했네.'가 나올 때까지 나의 넋두리는 이내 그치지 않는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고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말해야 하는지도 사회적으로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쌓인 데이터는 현재의 내 행동, 미래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나는 지금껏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해하는 것, 타인의 몸에 허락 없이 손대는 것,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 것 등은 잘못된 사회적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또 나만 옳다고 생각했기에 화를 냈다. 만약 입장을 바꿔서 내가 굼뜨게 행동해서 계산이 느렸더라면, 뒷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계산대를 독차지했기에 등등의 이유로 내가 틀릴 수도 있는 건이다.
세상에 대한 당위성 없애기
한참 일이 잘 안 풀릴 때, '아, 왜 세상은 나한테 왜 이래?'라며 절망감에 빠지곤 했는데 그건 내가 세상에 기대하는 만큼 당위적인 결과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나 타인에 대한 당위성 중 '교육자라면 바른생활을 해야 해.', '학생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 '친구라면 도움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줘야 해.'와 같은 당위성을 내세우면 끝끝내 자기 비하와 낮은 인내심, 과일반화를 겪게 될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 '나는 맞다'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나만 맞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나만 옳다는 건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기에 쉬이 오만해지기 쉽다.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고 나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다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공정해야 한다거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이다. 세상은 상당히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아가고 있고 또 한 개인을 위해 굳이 달라질 필요도 없다. 세상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인지적 오류를 가지고 있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안 좋은 기운이 전파된다. 세상은 아름다운데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탁해지기 십상이다. 사사건건 자기의 생각을 깨지 않고 무조건 맞다고 우기는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주변인들도 다 떠나고 고립되기 십상이다. 극단적인 사고를 벗어나 누군가의 생각을 읽었다 착각하지 말고, 특정한 사람들을 과도하게 일반화하지 말고, '이래야 한다'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나를 지키는 위한 묘책이다.
·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 한 두 가지의 증거나 우연한 경험을 가지고 확대해서 무리한 결론을 내리는 오류. '역시 그랬어'라는 말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결론 지음
· 당위성의 오류: 스스로에게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 '반드시 해야 한다.', '절대 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행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고정된 사고를 가지고 있고 어기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화가 난다.
사사로운 일에 마음을 쏟다 보면 세상도 거꾸로 보인다 ⓒJoshua Woroniecki, Unsplash ✅ 글쓰기 원데이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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