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연초 써놨던 혹은 생각해봤던 계획을 다시 한번 훑어본다. 어떤 것을 계획했고 또 이뤘는지 아니면 까먹고 있었는지 반성하는 시간이랄까? P형과 J형 성향 차이 때문에 계획을 잘 못 세운다고 하기도 한다. 계획적인 J형 중에서도 게으른 계획형이 있고 또 실행형 J유형이 있다. 모든 일에 J형이라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자기가 꽂힌 것에만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J 판단형: 분명한 목적, 방향, 철저한 사전 계획. 정리정돈 좋아함. 목적의식 분명. 결론 중시. P 인식형: 상황에 맞는 변화, 융통과 적응. 유유자적한 삶을 좋아함. 목적과 방향은 변할 수 있음. 과정 중시.
MBTI검사에서 항상 J가 나오는 나는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준비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본업인 국제교류 업무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일이 생긴다. 준비한다고 해도 코로나로 취소될 수가 있고, 바로 몇 시간 전 미팅이 취소된다거나, 멀리 유럽까지 출장을 떠나 눈보라를 헤치고 담당자를 만나러 갔어도 엄청난 사내복지로 그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담담해졌달까?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철저히 내가 준비한다고 해도 너무 많은 일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전염병이 창궐할 수도 있고, 폭우로 일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 갑자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내가 아끼는 누군가가 아프면 병간호를 해야 할 순간도 온다.
극 P형인 사람은 여권하나만 들고 공항에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다. P형이라 자신의 업무나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 건 아니다. 아무리 P형이라도 공항에서 사는 비행기표가 가장 비싼 걸 잘 아는데, 그 돈이면 몇 끼 식사가 될지도 잘 아는데, 여권만 들고 공항에 가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성향이 달리 행동하고, 말을 하는 방식도 자기만의 필터로 다르게 구사한다. 형제자매 중 몇 번째 태어났는지, 어떤 성별을 가졌는지, 어디 출신인지, 또는 교육 수준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조합이 나올 수 있다.
오랫동안 국제교류를 담당한 직원과 연락을 주고받다 하루 전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미팅을 취소해야만 했다. 미안함을 가득 담아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예상외로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유쾌한 그녀의 목소리.
It's alright. Anything can happen.(괜찮아.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우리의 눈앞엔 무수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인생을 절대 나의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어진 것 내에 최선의 방법을 찾아 따라가야 한다고 할까? 대비를 하되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수용하고 행동하는 것.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을 가지는 것.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나의 계획은 어떠한 상황이든 그 상황에 맞게 최선의 행동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