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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Jun 14. 2021

발표 잘하던 어린아이는 어디 갔을까?

책과 글 속에서 되찾으려 한다

대구 남도 국민학교 4학년 10반

 

 대구 남도 국민학교 4학년 10반에는 발표를 잘하는 세명의 여자 어린이가 있었다. 신지연, 임경원, 김유리, 이 세명이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셋은 거의 동시에 손을 들었고, 앞 친구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였다. 질문에 대한 토론이 잘 흘러갔으며 이해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음으로써 수업 분위기는 항상 활기찼다. 시간이 흘러 모두 5학년이 되었고 서로 다른 반이 되어 흩어졌다. 이후 5학년 학기말 나는 서울로 전학을 갔다. 4학년 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선생님의 수업 위주로 흘러가 발표 횟수는 거의 없었다. 발표 잘하던 아이는 점차 작아져만 갔다.




어떤 새끼가 일렀냐?


 중학생이 되었다. 교복을 처음으로 입고 간 중학교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다. 영어과목은 수준에 따라 A에서 C반으로 나눠졌다. 그중 한 반은 머리숱이 얼마 없으신 남자 선생님 담당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영어 문장을 외워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기 손을 잡고 외우라고 시켰다. 그 크고 묵직하고 땀나는 손을 잡는 게 싫었지만 어쨌든 잡고 외웠고, 그런 시간은 계속되었다. 허나 남학생의 손은 잡지 않고 그냥 외우게 한게 화근이었다. 몇 주 후, 한 남학생이 어머니께 일러 그 선생님은 매우 화가 나있었다. "어떤 새끼냐?" 하며 겁을 주며 들어와 수업 시간 내내 욕을 하다 나갔다. 학교에서 내린 조치는 중3 담당으로 옮겼지만, 소문이 금세 퍼져 그 선생님은 이내 권고사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3학년 때 일이었다. 집에서 해오는 미술 숙제가 있었는데 혼나기 싫은 나는 집에서 못하는 솜씨로 그려갔다. 학교를 갔는데 아무도 숙제를 안 했다. 그제야 스케치북을 빌려서 색연필로 그리는 친구도 있었다. 미술시간에 아무도 숙제를 안 해오자 선생님은 화가 나셨다. 그분은 담임에게 일렀고,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 오셔서 미술 숙제 안 한 애들은 다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으라 했다. 처음엔 나도 올라갔지만, 올려놓은 숙제를 보고 선생님께서 앉으라 해서 앉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공포 분위기 속에 한명 당 허벅지 3대의 체벌을 받고 한 시간 반이 지난 후에야 겨우 집에 갈 수 있었다.




스승은 다 어디 있을까?


 고 1 때 담임은 체육교사로 하키 선수 출신이었다. 큰 하키 채로 위협하고 다녔고, 일부러 잘못을 만들어 남학생들을 하키 채로 무지막지하게 팼다. 남학생들은 고통에 기어 다녔고 담임은 본인이 권력자인 양 그걸 즐기는 듯했다. 고 3 때 영어 담임은 자기가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학부모 상담 때 내 순서가 되어서 교무실에 가니 내가 옆에 서있는데 컴퓨터로 고스톱을 치면서 엄마와 전화상담을 했다. 이름이 워낙 특이해 나중에 찾아보니 가짜 학력으로 교재까지 쓴 대담한 선생님이었다. 학창 시절 동안 나에게는 스승이 없었다. 그저 자기 분을 못 이겨 화풀이하는 배울 점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게 발표 잘하던 어린아이의 모습과 스승은 아예 없어졌다.

꼭 그렇게 때렸어야 속이 후련했습니까? @RichVintage, iStock



책과 글 속에서 스승을 되찾길


 지난달부터 글이라는 걸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 쓰기 시작한 글은 책에 대해 눈뜨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지금껏 책을 읽는 ‘척’을 했다. ‘책 읽는 예쁜 손’이라는 생각에 책을 읽는 척을 했던 것이지, 저자의 말이 귓등으로도 안 들렸다. 그러나 이제는 저자가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해주면 달팽이관을 타고 내 귓가로 들어온다. 그다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전두엽을 밝히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이 되고, 곱씹어 보면 그제야 ‘아, 이 말을 하려 했구나’ 하고 가슴으로 감동하는 상태에 이른다. 그 질문 많던 어린아이는 책과 글 속에서 다시 깨어나 잃어버린 스승을 되찾으려 한다.


책은 내 마음 속의 언 바다를 깨는 도끼와도 같다.
- 프란츠 카프카
책 속에 스승이 있다  @jaredd_craig, Up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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