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드림 Aug 22. 2021

서로에게 사랑이 남아 있을까?

<결혼 이야기>의 명대사

서로에게 사랑이 남아 있을까?


영화는 부부가 서로의 장점을 끄집어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편 찰리는 아내 칭찬을 기다렸다는 듯이 읊는다. '성가신 상황에도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발도 직접 해준다.', '선물도 잘 고른다.', '팔힘이 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다.' 아내 니콜도 찰리의 매력을 풀어놓는다.'음식이 모자란 것처럼 먹는다.', '에너지 절약가다.', '영화를 보며 잘 운다.', '양말 기, 요리, 셔츠 다림질도 뚝딱이다.' '경쟁심이 강하다.', '아빠 노릇을 즐긴다.' 그리고 이 둘은 관계를 조정하는 뉴욕의 한 부부상담소에 앉아있다.


니콜은 남편이 쓴 본인의 장점을 읽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상담사는 별거를 조정하기 전에 서로의 장점을 떠올려 결혼한 이유를 떠올려보라고 한다. 헤어지기 전에 상대를 얼마나 많이 사랑했고 아직 사랑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끝까지 읽기를 거부하는 아내에게 찰리가 "서로 이야기를 듣기로 했잖아."라고 말하지만 니콜은 분노한 채 자리를 뜬다. 집에 도착한 두 부부는 함께 쓴 물건을 어떻게 나눌지,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화난 표정으로 무심하게 이야기한다. 이후 니콜은 침실에 가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I didn't belong to myself. I didn't even know what my taste was
because I was never asked to use it.
(나 조차 내 소유가 아니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누가 물어보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았어요.)
한때 행복했던 부부


만약 헤어지더라도 소송 없이 하자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니콜의 변호사 선임에 남편도 변호사를 찾아 나선다. 무엇이든 이기려는 니콜의 여변호사는 흔들리는 니콜에게 희망을 말을 건넨다. 이혼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것이기에 소송에서 이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이미 이혼을 겪고 전망 좋은 말리부에서 멋진 남자 친구와 생활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설득에 변호사 없이 진행하겠다고 한 둘의 다짐은 깨지게 된다. 니콜은 자연스럽게 둘이 만나게 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살짝 웃음도 보이게 된다.



이혼 변호사를 만나면

Criminal laywers see bad people at their best, divorce lawyers see good people at their worst.
(범죄 담당 변호사는 나쁜 사람의 최선을 보고, 이혼 변호사는 선한 사람의 최악을 본다.)

파경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니콜의 이혼 전문 여변호사),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작품이다. 이혼이 이제는 한국사회에도 보기 힘든일이 아닌 게 되었다. 한때는 사랑했던 누군가가 원수가 되어 떠나고 또 이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기갈기 찢겨 남은 자존감마저 너덜너덜하게 바닥을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이렇게 서로가 원수 사이가 되어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자를 옹호하는 변호사는 어떻게든 악랄한 범죄자를 정신착란이나 다른 병적 이유를 대서 구제해주려 노력한다. 그에 반해 이혼 변호사는 의뢰인을 이기게 한다는 여러 가지의 이유로 착한 사람들의 단점을 끄집어 내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LA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니콜과 이혼 소송을 위해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만나다 지친 헨리는 솔직하고 이해받는 느낌의 변호사를 만나고 위로받게 된다. 그러나 시간당 수임료는 450달러고, 착수료만 만 달러이다. 이혼 소송은 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물질적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기를 쓰고 이기려 한다.

I mean, you're doing this because you love your kid. And in doing so, you're draining money from your kid's education.
(자식을 사랑해서 소송을 하는 건데, 자식의 교육비에서 돈을 끌어와야 하잖아요.)
아이 양육권을 위해 독해지다



니콜의 집이 정전으로 대문이 닫히지 않자 도와준 찰리를 보며 니콜은 예전과 같이 머리를 다듬어준다. 정전이 되어 어둠 속에서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맡기는 찰리와 세심하게 잘라주는 니콜의 미묘한 감정선이 돋보인다. 찰리의 변호사는 이혼 경력만 세 번인 베테랑 변호사이자 아픔과 참혹한 장면을 이미 많이 겪은 경험자이다. 결혼과 이혼 선배로써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하는 찰리의 마음을 읽은 그는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이혼 소송은 곧 끝나겠지만 이기든 지든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으니 잘 생각해 보길.

I want you to know that eventually this will all be over and whatever we win or lose, it will be the two of you having to figure this out together.
(이건 분명 끝나겠지만, 우리가 이기든 지든 부부가 같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해요.)



남겨지는 것들에 대하여


이제 파국이다. 악랄한 변호사에 다른 악랄하고 공격적인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는 남편 찰리. 진정 난타전 예고다. 10년 전 유능한 감독이었던 찰리가 가슴 노출시키는 삼류 영화에 나온 니콜을 발견하고 도와줬다는 이야기로 공격을 시작하고, 니콜의 변호사는 찰리의 혼외정사를 꼬집는다. 상대방의 이혼 변호사를 통해 서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약점을 파헤치고 공격해 서로를 헤짚어놓아 더는 붙을 수 없는 관계로 갈 뿐이다. 이제 이혼을 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이혼이 마무리되고 1년 후, 뉴욕에서 LA까지 아들 헨리를 보러 온 전 남편 찰리. 멋진 남자 친구와 행복해 보이는 더욱더 잘 나가는 전 부인에게 찰리는 UCLA 전임 일을 구했다 하지만 담담하게 잘됐다고 대답한다. 그때 숨겨져 있던 아빠 찰리의 장점을 적은 쪽지를 발견한 아들이 방 안에서 더듬더듬 글 읽기를 시작한다. 그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서로의 장점을 이미 배가 멀리 떠난 상황에서 다시 읽어보는 것이다. 애절한 마음은 남아있지만 다시 돌아가기에 배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방황하고 있다. 결혼 이야기에는 이혼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 둘의 결혼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서로를 마주 볼 수 없는 한때 사랑했던 부부와 그들의 결혼 이야기
You and I both know you chose this life. You wanted it until you didn't.
(당신이 이 인생을 택했어. 변덕 부리기 전까지 이걸 원했지.)


#영화 #영화추천 #결혼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