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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Nov 20. 2021

후회가 밀려오는 밤, 잠을 이루지 못할 때

<그레이 아나토미>의 명대사

물어보기엔 좀 쫌스러운거 같고


혼자 고민되는 일이 있다. 누구한테 물어보긴 그렇고 또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다. 다들 바쁜 세상이고 나하나 이런 사소한 고민을 얘기했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 같고 또 얘기했는데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실망할 것 같다. 도무지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누군가가 나에게 답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괜히 말했다가 망신만 당하면 어떻게 하지? 다들 나를 쌍심지 키고 보는 거 같아 무언가를 선뜻 말 못 할 때가 있다. 어떡해야 하지? 라 고민하는 사이 그렇게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아 또 말 못 했네. 학창 시절부터 질문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받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지라, 또 질문하면 친구들이 싫어하기에 궁금한 점이 생겨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커서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직간접 경험이 쌓이다 보니 더더욱 질문에 대해 움츠려 들게 된다. 예전에 질문을 했다가 친구한테 욕먹은 기억, 선생님한테 혼났던 기억 등 안 좋았던 기억이 아마도 상처로 남아 '질문=나만 모르는 창피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다.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버리면 헤어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러한 고민의 대부분은 움직이는 것에 대한 번민이다.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것, 결국 사람에 관한 고민이다.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 그 어떤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갈등만 더 부추길 것 같아 피하게 된다. 말을 꺼내기가 망설여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방어전략으로 말을 꺼내기가 두려울 수도 있고, 안 했을 때 후회에 둘러싸인 나를 보는 것도 무섭다. 또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반대의견을 표출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되레 움츠려 들게 든다.

 


삶과 죽음이 매일 오가는 곳에서 후회란?


주인공 메레디스 그레이와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의 이야기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과의사들의 열정과 사랑을 다룬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제목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는 의대생들이 거쳐야 할 1학년 필수과목 해부학 교재의 레전드인 Gray's Anatomy. 주인공의 성인 Dr. 그레이(Grey). 발음대로 하면 '그레이스'의 무대가 되는 그레이스(Grace) 병원. 삶과 죽음, 의사와 환자 등 대립되는 두 가지 관념의 중간인 회색(grey)이다.


레지던트 동료들과 함께 사는 그레이의 집에는 남자 동료인 조지가 하우스메이트로 거주한다. 그녀에게 반한 조지는 데이트 신청을 하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같이 사는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동료마저 잃을까 봐, 좋아하는 감정을 감춘다. 하지만 누구나가 그렇듯 그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표정에 다 나와있다. 그녀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실 생각으로 신이나 두 손 가득 머그컵을 들고 가다가 다 쏟고, 지각인 그녀를 기다려 주지만 차마 데이트하자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거절할까 봐. 거절하면 지금 이 관계마저 흔들릴 까봐.

I don't know why we put things off, but if I had to guess it has a lot to do with fear. Fear of failure, fear of pain, fear of rejection. Sometimes the fear if just of making a decision. Because... What if you're wrong? What if you make a mistake you can't undo?  

Whatever it is we're afraid of, one thing holds true: Whatever it is we're afraid of, one thing holds true: That by the time the pain of not doing the thing gets worse than the fear of doing it, it can feel like we're carrying around a giant tumor.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가끔은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내가 틀렸으면 어떡하지? "되돌이킬 수 없는 실패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든 진실은 하나다. 행동하지 않은 대가를 몸소 아프게 겪는 것은 거대한 종양을 달고 다니는 고통에 비견할 만하단 것이다.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S1 E6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후회를 달고 산다. 10년 전이 내가 그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만약 5년 전에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하고 후회를 하고, 1년 전 누군가에게 말을 잘못 내뱉은 게 회환이 된다. 그리고 바로 어제의 일이나 오늘 아침의 일에 대해서도 후회의 감정이 남아 있다. 우리가 하는 여러 가지 후회 중에 '그때 할걸', '그때 말할걸',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 3종 세트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제 일을 후회하고 대화를 하면서도 방금 전에 한말을 후회하고 행동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때 배울걸 하며 과거를 후회하는 터라 현재를 바라보며 살지 못하고 일어난 일이 괜히 내 잘못 같아 자책하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얽매인다. 그레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의사로도 승승장구하는 그레이에게도 뇌종양, 이혼, 이별, 과거, 남편의 죽음 등 순간의 선택으로 바뀐 결과가 그녀를 괴롭힌다. 그래도 그녀는 주인공답게 꿋꿋이 병원을 지킨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 그레이 아나토미


인생 선배들이 알려주는 인간과 삶의 가치는?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위기를 겪었다. 국가적으로 97년도에 IMF,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쳐 코로나 19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인생 책이라 꼽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의 코넬대 교수 칼 필레머는 지혜의 샘인 우리의 이웃인 70대 이상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멘토이자 스승이고 또 탁월한 인생 선배들인 것이다.


우리에게 알려주는 그들의 충고는 "나이 듦에 대한 충고 중에는 세상에 숨어 있는 마법 같은 것들을 찾게", "내 나이 여든아홉에 행복은 선택이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네", "즐길 수 있는 일을 하세요", "해보고 실패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상대가 바뀔 거라 생각하고 결혼해선 안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거든"등이다.


몸소 그들이 겪고 체험한 것 인생의 30가지의 교훈을 알려준다. 나이가 들어야만 보이기 시작한 일들, 어릴 적 내가 했었더라면 좋았던 일들을 엮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인생의 해답은 당신이 미처 그 나이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또 몰랐던 것에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어릴 적에는 내 생각에 갇혀 해결책이 차마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들이 하는 충고 중에는 돈을 위해 살라는 이야기는 없다


인생의 마지막 지점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확신이 들지 않으면 결혼하지 마. 그 사람을 바꾸지 못해!', '행복한 일을 찾게. 돈 때문에 직업을 선택해서는 안 되네. 돈은 얼마 벌지 못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사랑하는 일, 설레는 일이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그러한 문제들은 지나갈 것이고, 방법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난 그저 앉아서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기만 하면 돼' 등이다.


토요일인 오늘, 로또 대박 집 앞에는 끝이 안 보이는 줄이 늘어져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지점을 천천히 걷는 이들이 보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 중에 요즘 사람들이 좇는 부동산, 가상화폐, 로또, 돈 등이 있지 않다. 돈만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닌 걸 나중에야 깨닫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을 겪게 될 것이다. 노화가 진행되고 몸 어딘가가 아프게 되면 그때가 되어서야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지


인생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을 하지만 인생은 짧디 짧다. 할 일을 미루는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아 기회를 놓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실패할까 봐 걱정하는 두려움, 고통을 느낄까 봐 미리 염려하는 마음, 거절할까 봐 겁이 나 망설이는 순간에도 인생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걱정을 끊임없이 해도 진실은 오직 하나이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고통은 종양이 되어서 우리를 계속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살아보니 그 순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일에 대해서 우리는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다. 인생을 살면서 더욱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대비를 해도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도 못한 팬데믹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 나누는 인류애를 볼 수 있었다. 삶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순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다.

차가 고장나도 기타 치며 노래 부르다 보면 보험차가 오겠지. 삶의 어떠한 순간에도 기쁨을 누릴 수 있어. @istock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게. 그게 내가 깨달은 중요한 교훈이라네. 살면서 일어날 모든 일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지. 하루하루를 즐길 수도 있고 말이야. 바로 삶의 아주 작은 것들 때문이라네.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고 있는 순간조차 기쁨을 누릴 수 있다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중에서


#드라마 #명대사 #그레이아나토미 #삶의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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