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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Jan 06. 2022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싯다르타>를 읽고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시인이 되고 자수도 원 학교에서 도망쳤다. 이십 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한다. 스위스로 이사한 이후 개인적인 삶에서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작품 세계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헤세는 작품들과 더불어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림과 인연을 맺고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 순례』, 『유리알 유희』 등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헤세의 팬들이 추천하는 책은 『데미안』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꼭 읽어봐야 한다고 추천한 책이 바로  『싯다르타』이다. 동양 사상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관심과 애정이 응축된 소설이라 불리는 이 책은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빈다와 함께 출가하면서 시작된다.



고행 중에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를 만나려 하지만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고빈다를 두고 다시 길을 떠난다. 중년이 될 때까지 사랑하는 여인과 부유한 상인을 만나 세속에 빠져들다가 모든 것을 버린 후에 뱃사공이 된다. 헨리 밀러는 동서양의 정신적 유산을 시적으로 승화해 널리 알려진 붓다를 넘어선 하나의 붓다를 창조했다고 칭한다. 정신적으로 신양 성서보다 더 큰 치유력을 가 진작품이라고 극찬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대의 영혼이 온 세상이니라>라고 거기에는 적혀 있으며, 또한 인간은 잠을 잘 때,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세계에 몰입할 수 있고, 아트만 속에서 살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그 시구들에는 경탄을 금할 수 없는 놀라운 지혜가 씌어 있으며, 가장 지혜로운 현인들이 모아놓은 온갖 지식이, 마치 꿀벌들이 모은 꿀처럼 순수하게, 마법의 언어로 적혀 있다.
-바라문의 아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잠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내면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지혜가 쓰여 있고 지혜로운 현인들이 모아놓은 온갖 지식이 마법의 언어로 적혀있다고 한다. 어떤 것에 골똘히 빠져서 고민할 때 차라리 그 고민을 조금 멀리서 떨어지면 더 잘 보이게 된다. 잠시 머리를 식힌 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이와 대화를 하고 난 다음에 다시 한번 보면 번뜩 생각이 날 수도 있다. 깊은 잠에 빠졌을 때에는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의적으로 생각을 접게 된다. 머릿속이 정리된 이후에 더 좋은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 사문들과 함께 지내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간사라 했던가? 인간은 손이 쥐고 있으면서 놓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뜨겁다고 소리를 지른다. 뜨거우면 놓으라고 하는데 놓지 않고 뜨겁다고만 계속 울부짖는다. 어리석은 중생이란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고행길 이후에 겪은 것은 기쁨과 번뇌로부터 자신을 비우는 것이다. 자신을 비우는 것은 그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상태로 왔다가 그대로 가는 걸 말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대로 아무것도 손에 쥐거나 욕심내지 않고 다 놓고 떠나는 게 인간인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라는 글귀를 읽고 다시 고행을 떠나는 싯다르타. 계속 걷고 움직임으로써 사색하면서 참고 또 참는다.

그는 세속을 다 겪고 나서 돌아와서 만난 고빈다는 허리를 굽히고 큰절을 올린다. 가장 열렬한 사랑의 감정과 겸허한 존경의 감정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른다.

가치 있고 신성하게 여겼던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그는 싯다르타에게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 절을 올리면서 끝난다. 존경의 의미로.   
내면의 길로 들어가다 @Smit Shah,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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