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감자

나무


당신 같은 소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단단하게 대지를 틀어쥐고 하늘을 향해 올곧게 뻗어나가는 무언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당신의 앞에서 자신에 찬 목소리로 "소나무가 되고 싶다." 하였을 때, 당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올곧은 존재는 부러지니 대나무가 돼라." 하셨지요.


무자비한 계절들이 지났습니다. 나이테에 짙은 주름 늘어나고 저도 허리 굽이진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당신 없이 뿌리내린 바위틈바구니에서 피어나는 작은 존재들에게 "쯧쯧. 대나무가 되어라. 대나무가." 주절거리고는 합니다. 당신이 심고 떠난 것은 솔방울만이 아닌가 봅니다. 당신을 그리는 밤. 답지 않게 "밤밤." 소리 내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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