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성질
등산을 갔다 왔다
호기롭게 다녀왔기 때문에
멋진 감상문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지금은 어느 글을 쓰던 마음에 들지 않아
애꿎은 활자들을 썼다 지웠다 성질을 부린다
할 일은 많은데 일정이 정리가 안되기 시작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우선순위도 정립되지 않는다
그저 무질서와 무계획으로 스스로를 시간 속에 가둔다
멀쩡한 고관절과 천 원짜리 등반인증서를 싼값에 바꾸었다
지나친 고행으로 뒤틀려버린 하체를 고치려 되려 병원에 갔다
눈 덮인 한라산은 만성 운동 부족의 내가 가기에는 벅찬 산이었다
그것은 마치 알파벳을 배우다 수능 외국어 영역을 응시한 행동이었다
한라산을 완주하면 막연히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발목이고 다리고 성한 곳 하나 없는데 묘한 성취감이 드는 것이 성질을 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