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감자


상주는 좁다란 등에 커다란 상복을 걸치고

멍하니 향에 향불을 태우며 추억을 끓인다

겸사겸사 속도 태우고 다시 속도 좀 끓인다


고된 등산길 아빠는 늘 앞서 걸어가셨다

경상도 머금어 묵묵한 등은 땀 냄새가 났다

널따란 등에 올라탄 생떼에도 그저 웃으셨다


피식, 향이 꺼지면 다음 향을 피운다


목욕탕에 가면 서로 등을 밀어줘야 했는데

아빠 등을 밀려면 어림 반나절은 가는 것 같아

뜨거운 탕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싫었다


그래서 쪼그만 나를 미는데도 반나절은 걸렸다

생각해 보니 꼼꼼히 씻겨주고 싶은 사랑이었을까

향불에 그을린 흑백 영정은 대답이 없다


피식, 향이 꺼지면 다음 향을 피운다


머리가 굵어지고 당신의 등이 너무 좁아 보여

당신처럼 살기 싫다 가슴에 비수 되는 모진 말만

뱉고 또 뱉었고 아빠는 홀로 눈물을 삼키셨다


자식 용돈 한 푼 더 못 주는 걸 미안해하셨는데

자식들도 노잣돈 한 푼 못 쥐어 보내드린 게 아쉬워

기껏 향불을 켜고는 눈물로 꺼트리는 것이다


피식, 속은 타들어 가는데 향이 홀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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