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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새삼스런 이야기

응팔은 내게도 있었다

by 달게

나의 1988년을 쓴다는 것이 새로울 것이 있을까?

몇 년 전 휩쓸고 간, 그리고 지금도 ott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드라마 소재를 새삼스럽게 꺼내 들고 드라마 오마주도 아니고, 레트로 감성에 편승하려는 것인가?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내게도 응팔이 있었고, 치열하게 아름다웠던 십 대를 기록하고 싶었다.


2024년 가을,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인 광화문 거리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3차에 걸쳐 장소를 옮기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연말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 헤어지는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리고 나는 서랍 속에 넣어둔 나의 1988년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찍어 놓은 1988년의 사진 속에는 누군가는 주인공으로, 누군가는 지나가는 사람으로 그곳에, 그 상황에 함께 존재했을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많이 늦은 일기를 쓰려고 한다.

조금은 색이 바래고, 조금은 사실에서 살짝 어긋날 수 있다.

이것은 나만의 기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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