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나이 오십

1막 그래서 # 늘어나는 고아 친구들

by 제이 유

부고장이 날아왔다.

5년 동안 식물인간이셨던 친정엄마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던 친구의 엄마가 세상을 뜨셨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친정엄마의 수발을 드느라 외동딸인 친구는 어느 모임 하나 편하게 다니지 못했다.

친구들 몇이 모여 점심을 먹다가도 , 모처럼 함께 영화 한 편을 보러 가다가도

돌봐주시는 분의 호출전화를 받는 순간이면 급하게 몸을 돌려야했다. 전화는 자주 자주 걸려왔다.

무조건 발길을 돌려야했던 '착한 딸'은 간혹 한숨으로 궁시렁대는 '나쁜 딸'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와인 한 잔에 친구가 입을 열었다.

"전혀 알아보지도 못하시고 눈에 촛점도 없으시니 가보나마나야. 그래도 엄마니까 어떡해.

자식이라곤 나 밖에 없는걸. 애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할일도 많아지는데

어떨 때는 한밤중에 전화오면 솔직히 짜증부터 나는거야. 나 못된 딸년이지?"

그리고는 와인을 물처럼 벌컥 들이마신다. 솔직한 고백에 스스로 당황했는지 연거푸 한숨이다.

그렇게 곁을 지키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 어차피 의식도 없으셨던 엄마,

애써 말은 아꼈어도 힘들어했던 친구가 조금은 편해졌을거라 여겼다.


어느 날. 함께 점심을 먹는데 서울 사시는 친정엄마께 전화가 왔다.

"엄마!"

나의 엄마소리에 앞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르 쏟는다. 당황스러웠다.

"엄마. 잠깐.. 다시 걸께! 내 앞에 바보 같은 친구가 하나 있어서. 다시 걸께요."

전화를 황급히 수습하고 보니 친구가 오열하고 있다.

의식없는 엄마가 30분 단위로 호출한다고 종종 짜증을 내던 친구가 '엄마'소리에 눈물을 쏟고 있다.

"식물인간 이셨어도, 눈길하나 못주시고 눈동자 하나 못돌리셨어도 계신거하고 안 계신거하고

이렇게 천지차이 일 줄 물랐어. 난 이제 세상천지 고아야. 불평하지 말 걸. 즐겁게 달려갈 걸... "

어깨 들썩이며 친구가 흐느끼고 있다.


고아 친구들이 늘고 있다. 엄마가 안계신 고아, 아버지가 안계신 고아. 엄마 아버지가 다 안계신 고아.

부모에게 나고 자란 우리가 이제 부모를 배웅하는 나이가 되었다.

상가에 모인 친구들이 아픈 마음 누르며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눈다.

"너도 이제 고아지? 한쪽이야? 양쪽이야? "

애써 눈웃음으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삯혀보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의 자리.

그 허전함은 극복할 수 없는 슬픔이다.

부고장이 오는 날이면 더더욱 내 나이가 더욱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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