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 년 전부터 막연하게 서울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시작했다. 떠날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면서 제일 먼저 실행으로 옮긴 건 차를 뽑는 거였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작정이었다. 차를 몰고 가끔 충청도까지 땅을 보러 갔다. 내가 모아둔 돈으로는 충청도 쯤 가야 했다. 그때는 작은 땅을 사서 작은 집을 짓고 살려고 했다.
그러다 강화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순전히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화도가 나의 정착지로 뽑혔다. 그날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강화도 부동산을 살폈다. 그러다가 네이버 부동산에서 강화도의 한 촌집 사진을 보게 되었다. 몇 날 며칠 그 촌집 사진을 보다가 어느 날 직접 보러 가기로 했다. 내가 가기로 한 날 하필 비가 많이 내렸지만, 날짜를 바꾸지 않았다. 그 촌집을 보러 차를 몰고 서너 번은 더 갔다. 그러다 결국 그 집 말고 다른 촌집을 샀다.
귀신이 나올 듯한 빈집이었다. 문짝이 두 군데 떨어져 나가고 없었고, 한 군데는 창도 깨쳐서 뻥 뚫려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그 집을 잘 고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가 한 4년 전인데, 그즈음부터 촌집 고쳐 살기가 유행하고 있어서 별로 두렵지는 않았다.
ㅁ자 형태의 한옥 바깥채를 철거하고, 마당의 콘크리트 포장을 걷어냈다. 여기까지는 철거 업체에서 했고 그다음부터는 전부 내가 직접 혼자 다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우선 마사토를 덮어 잔디를 깔고, 돌과 보강토를 쌓아 화단을 만들고, 덤프트럭으로 흙을 더 시켜서 화단을 높이고, 그걸로도 부족해서 집 뒤뜰의 흙을 퍼서 앞과 옆에 화단을 더 만들고, 나무를 어마어하게 많이 사서 심었다.
집이 앉은 터가 도로로 사용되는 부분을 빼면 한 180평가량 되고, 그중에 집과 시멘트로 포장된 부문을 또 빼면 140평 정도가 마당과 텃밭이다. 이곳 촌집의 아침은 그 140평 풀 뽑기로 시작된다.
왠지 모르게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결혼을 안 할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초중고 내내 대체로 외톨이었기에 커서도 계속 그렇게 혼자일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예감이 맞았나 보다. 언제 청춘이던 시절이 있었나 싶은 나는 이렇게 서울을 떠나,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중년의 삶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