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안 변하면

by 송송


엄마, 나 운동화 필요해.”

엉? 운동화 산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 근데. 이것 봐봐. 운동화가 좀......”


어이쿠, 이번에도 운동화 앞코 쪽 밑창이 다 떨어졌다. 딸의 운동화는 두 달을 채 못 가서 몸통과 바닥이 분리된다. 딸은 ‘얼른 사주세요’하는 눈빛을 보내며 너덜너덜해진 운동화를 내 눈앞에 바싹 가져다 댄다. 대체 밖에서 뭐하고 다니면 이렇게 되나?


“운동화가 또 떨어졌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신발 잡아 뜯기라도 하니?”

“아니, 쉬는 시간에는 축구를 하지.”

“축구? 교복 치마 입고?”

“응.”


아무런 거리낌 없는 딸의 대답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열심히 운동한다는데 왜 당황하는 거지? 축구라는 말에 당황했나? 치마 입고 뛰는 모습에 놀라서 그랬나?


“축구는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을 나눠서 하니?”

“아냐. 남자애들이랑 하지. 여자애들은 쉬는 시간에 밖에 잘 안 나와.”

“너 말고 여자애 또 있어?”

“응, 준이. 나랑 같이 축구하는 고정 멤버야.”

“너랑 준이를 남자애들이 축구할 때 잘 껴줘?”

고정 멤버라니까.”


축구하는데 껴주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는 눈초리로 딸이 약간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아. 알았어. 더 이상 안 물게.


딸은 운동을 좋아한다. 중이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 전까지 수영을 3년 넘게 배웠고, 코로나만 아니면 지금까지도 계속했을 탁구는 4학년이 되면서 배우고 싶다고 졸라 6개월 정도 강습을 받았다. 이후 종목을 바꿔 2년째 매주 2번씩 농구를 아주 즐겁게 배우고 있다. 농구 수업이 있는 일요일과 월요일은 숙제도 미리 해두고(정성껏 하지는 않지만) 밥도 든든히 챙겨 먹는다. 가끔 너무 피곤해하는 것 같아 운동을 쉬지 않겠냐 하면 ‘농구는 스트레스 해소의 최고의 수단인데 무슨 그런 말을 해? 절대 빠질 수 없어. 쓰러져도 간다’며 벌떡 일어난다. 스포츠센터 승합차가 멀리 보이면 벌써 딸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런 딸을 보며 나는 움찔할 때가 많다. 우리 얘가 운동에 진심이구나.


딸은 다니는 유소년 스포츠 센터에서 유일하게 농구를 배우는 여학생이다. 담당 코치의 말에 의하면, 4학년이 넘어가면 여학생들은 스포츠 센터에 잘 오지 않고, 농구 같은 구기 종목에는 더더욱 무관심하다고 했다.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내 주변 엄마들은 초등 입학 전에 예체능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학교에 들어가면 학원을 교과 중심으로 보내는 것을 상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보통은 유치원, 늦어도 초등 2학년 이전에 수영, 발레, 태권도, 줄넘기를 마치도록 한다고 했다. 초등 저학년에서는 남학생들은 4-5명씩 팀을 짜서 축구를, 고학년에는 농구를 배운다고 했고, 여학생들을 인라인, 배드민턴 정도를 배운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후 시기인 중학교에 가서까지 별도로 운동을 시키는 경우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 이게 그냥 학생들을 키우는 패턴인가 보다 생각하는데 내 기준에서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다. 운동을 나이를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내 딸이 중학교에 가서도 운동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재밌어하던 운동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사춘기 뭐 이런 증상들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는 아이에게 운동시간을 꼭 확보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건강은 매우 중요하니, 조금 더 집중해서 공부하고 운동할 시간을 빼놓으라고 말할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스스로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 축구화 하나 사주리?”

“아냐, 사실 나는 축구보다 농구가 더 좋아. 학교에 농구하는 애가 없어서 못하는 거야. 농구 수업이나 계속하게 해 줘.”

“오케이. 너 중학교 가서도 농구하는 거다. 시간 없다고 내빼기 없기다.”

“알았어. 별걱정을 다하세요. 엄마야 말로 공부시킨다고 농구 못하게 하지나 말아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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