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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pr 07. 2022

아직은 먼 단순한 삶

멀지 않은 미래에 나는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보고 싶다. 몇 년 전 <심플하게 산다>를 쓴 도미니크 로로의 적게 소유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 주는 깊은 성찰에 감명을 받으면서 나만의 심플한 삶을 꿈꾸게 되었다. 내가 꿈꾸는 심플삶은 물건을 적게 소유하고 생활을 단순하게 이끌어 사유의 시간 충분히 가지는 삶이다. 쉽게 말해 덜 가지고 덜 일해서 생긴 시간에 나를 돌아보며 살고 싶.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적게 소유하는 것이 쉽지 않지조금만 신경을 쓰면 못할 것도 없다. 치우고 정리하는 데 별로 소질이 없는 내가 유행 지난 옷, 다 읽은 책, 안 쓰는 그릇과 가전제품을 기부하거나 중고시장에 주기적으로 내어놓으면서 물건 줄이기에 익숙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새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3일간 세 번씩 고민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어렵기는 하지만 지키겠다고 마음먹으니 또 지켜진다. 아마도 물건 줄이기는 빈 공간이 생기는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 습관화하기가 용이한 것 같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진 다음에는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여 일상을 단순화는 단계로 넘어가야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단순한 생활을 위해 하고픈 일이나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줄이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 일이 생계가 걸린 것이거나 아이 교육, 승진과 같이 미래의 성취와 관련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두 달 전, 닥치는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해 앞뒤 좌우를 돌아보지 못하는 내 모습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해야 할 일들을 꼽아보았. 이 과정을 통해 할 일을 줄여 일상을 단순화하면 내가 바라던 미니멀 라이프의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 할 일들을 밥벌이, 아이 키우기, 나의 삶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보았다. 실천의 동력과 지속성을 얻기 위해 꿈과 상위 목표를 먼저 설정해 두 목표별로 하위목표와 세부 실천과제를 구체화하였다. A4 한 장에 정리된 할 일 목록을 보니 내가 추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생활을 단순화하기 위한 매일의 루틴 거리를 골라내기 수월했다.


그런데 나열한 목록 중에 루틴으로 설정할 핵심 일거리가 무려 18개나 되었다(주중 9개, 주말 9개). 아아악! 비명이 절로 나왔다. 밥벌이를 위해, 아이를 키우기 위해, 건강을 위해 꼭 필요 일만 골랐는데도 이렇게 많다니, 당황스러웠다.


이건 아니었다. 생활을 단순화하는 것이 목적임을 되새기고,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냉정하게 집어내어 과감하게 삭제했다. '2년 뒤에 재계약을 하 지금부터 a를 준비해야 해, b는 이틀에 한 번 점검으로 충분한가?, c와 d  중에서 어는 것이 더 급한지' 등을 놓고 치열한 고민과 갈등을 겪은 끝에 주중 4개, 주말 3개로 할 일을 줄였다. 7개도 적은 수가 아니기에 두 달간 실천해 본 후 개수를 조정하기로 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내가 지속하고 있는 일은 2개였다. 


'더 노력하고 긴장해서 3개나 4개 정도는 실행했어야 하나? 7개를 다 했다생활은 심플해진 건가?' 되물어 보았다. 결론은 '아니다'였다. 내가 시도한 방법은 심플한 생활을 꾸려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욕심을 충족시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상식적으로 심플한 삶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는 공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심플한 삶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 양손에 들고 둘 다 놓지 않으려 했다. 물질적 욕구를 조금 통제해봤던 경험을 가지고 내면의 욕구 아니 욕심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성취욕구는 물건 소유욕보다 훨씬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를 간과했다.


일상 덜어내기에 실패하는 과정을 지켜본 남편은 나에게 솔직하게 성취욕구를 인정하라고 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해보겠다고 돌진하는 모습이 내가 지향하는 심플한 삶과는 멀어 보인다면서, 덜어내기는 지금의 나의 상태에 맞게 해야 한다했다. 나는 아직은 물질적게 소유를 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서 다음 단계를 시도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고도 했다.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넘쳐나는 지금은 내가 꿈꾸는 심플한 삶을 시작할 시기가 아니라는 남편의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성취욕구를 억누르며 불편하게 단순한 삶을 서둘러 시도하기보다는 욕구가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욕구와 열정이 다 타오를 때까지 조금 기다리기로 했. 욕망과 속도를 줄여 단순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던 초심을 잊지 말고 더 기다렸다가 천천히 시작해 보는 거다. 그 시기가 올 때까지 솟아오르는 성취욕구와 열정을 원 없이 불태워보리다. 다 태우고 나면 심플 라이프로의 도약을 방해하는 걸림돌 하나는 분명하게 없어질 것이고 나는 한층 수월하게 단순한 삶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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