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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y 06. 2022

겁나지만 해보고 싶은 도전


저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글을 꾸준히 쓰는 것입니다.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해 저는 우선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했고 작가가 된 후에는 매주 한편씩 글을 발행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올해 6월 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운 좋게 3월 중순에 브런치의 선택을 받았지요. 이제 글을 일주일에 한편씩 발행해야 하는데 혼자 할 자신이 없더군요. 저의 글쓰기를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했고, 브런치 등에 글을 발행하는 모임(내글빛 25기)에 참여했습니다. 다행히 4주 동안 부지런히 글을 써서 한 달 간의 모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부터는 함께하는 이 없이 제가 정한 날짜에 맞춰 글을 발행해야 하는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6개월? 아니, 두 달은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한두 번씩 거르겠지요. 한번 거르면 두 번도 거르게 되고 두 번 거르면 세 번, 네 번도 쉽게 거르게 될 겁니다. 1년 동안 매주 글을 발행하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한 저의 목표와 점점 멀어질 것이 분명해요. 주기적 글 발행을 도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달에 참여했던 글 모임에 다시 신청했고 1년간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문우님들과 으쌰 으쌰 하며 쓰면 까짓 거 1년 동안 글 52개 정도를 못쓰겠나, 한번 해보지 뭐, 별 것 있겠냐 싶거든요. 신청서를 전송하고 나니 자발적으로 강제성을 부여한 제가 대견해 보였고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하나 없앴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참여 신청을 한 바로 다음날이 되자 갑자기 겁이 덜컥 났어요. 브런치 작가가 된 지 한 달 반 밖에 안된 초짜가 매주 어떻게 쓰려고 1년 간 글 발행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했는지, 52개가 보통 숫자가 아닌데 무슨 생각을 하고 덤볐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을 겁니다. 밀려드는 회사 업무 속에서 글을 생각할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그냥 글이 안 써질 때나  글을 안쓸 핑곗거리를 찾을 때 대처할 방법도 생각 안 해봤습니다. 지금은 제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게 그저 신기해서 글 쓰는 게 재밌기만 한데, 매주 무엇인가를 정성껏 적어 내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창작의 괴로움과 같은 글쓰기의 쓴맛, 신맛, 매운맛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대책 없이 당할 것이  뻔하네요. 제가 너무 성급하게 모임 신청부터 한 것 같아 후회를 했습니다.  


저는 능력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목표를 정하고 온 힘을 쏟아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가끔씩 하지 못할 것 같은 일, 자신 없는 일, 시도하기 겁나는 일이 있을 때에 조금은 무모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겠다거나 남들보다 빠르게 성과를 가져오겠다고 주변에 선언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 선언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집중하여 일을 합니다. 목표한 성과를 얻을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때도 있지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분명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이번에 브런치 글 발행 모임에 장기간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의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이나 책에 그리 친하지 않았던 제게 글쓰기는 정말 엄청난 도전이라 지금 부담감이 상당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언은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유난히 겁이 나네요. 모르고 달려든 하룻강아지가 덩치 큰 범에게 혼쭐이 나듯, 머지않아 저도 글쓰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에 된통 당할 것 같아요. 잔뜩 겁에 질려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다는 긍정적 효과는 사치 같다는 생각까지도 들어요.


그래도 어쨌든 저는 1년 간 매주 글 올리기 장정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힘겹겠지만 중간에 내릴 수는 없어요. 제가 용납하지 않을 거거든요. 저는 옆자리에 앉은 문우님들과 대화하고 배울 겁니다. 문우님들의 격려를 받으면 여정을 지속할 용기도 생기겠죠. 52개의 글을 다 쓰고 이 기차에서 내릴 때에는 지금 제가 느낀 두려움과 압박감을 회상하는 글을  쓸 겁니다. 그 글의 제목은 '함께한 이들 덕분에 나는 이만큼 성장했습니다'라고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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