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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an 14. 2023

뭐든 하자! 무한체력을 갖게 되는 그날을 위하여

이번 주는 유독 힘에 부칩니다. 급격한 체력 저하는 일 년 넘게 계속되고, 두어 시간마다 달콤한 커피나 과자조각을 먹으며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체력을 올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험상 체력을 올리는 데에는 운동이 최고입니다. 좋다는 한약도 먹어봤지만 두세 달 정도만 유용했고 맞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던 비타민 D주사나 각종 수액도 딱 그때뿐이더군요. 강하고 힘든 운동, 제겐 이게 가성비 최고의 체력보강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체력보강제를 얻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주 많이 힘들어서 자발적으로는 절대로 하지 않는 운동과정을 일정기간 동안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핵심은 지속성인데, 제 경우에는 운동할 때 옆에서 누군가가 잔소리를 하면 지속하는데 도움이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옆사람의 잔소리를 돈으로 삽니다. 트레이너를 붙여서 운동을 하는 거예요. 이를 사치스러운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제대로 된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건강한 노후와 삶의 질을 위한 가장 좋은 보험이라고 봅니다.


고통스러운 목디스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기에 저는 일찍부터 운동에 투자했습니다. 디스크 치료를 위한 재활운동을 주 2회씩 한지 5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통증 완화와 근력강화를 목표로 하는 재활운동 덕분에 병원에 간지 한 3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재활운동만으로는 일상체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트레이너는 제게 계단 오르기, 달리기, 등산 등을 격하게 하라는 숙제를 내주는데요, 안타깝게도 그 숙제를 거의 해가지 않는답니다. 결과는 좀 아쉽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는 하는데 생활체력은 겨우 유지되거나 점점 떨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요즘 제 모습을 보면 체력운동 보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뭐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지만 앞으로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난 화요일 퇴근길 지하철 옆자리 직장여성 둘이 요즘 푹 빠져있는 프**라는 운동이 체력증진에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슬며시 핸드폰을 꺼내어 프**를 검색해 보니, 3-4년 전부터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운동이랍니다. 영상을 보니 꽤 재미있어 보여, 혹 합니다. 마침 동네에 지점이 있네요. 옆자리의 대화가 들린 건 더 이상은 체력운동을 미루지 말라는 신의 뜻인 것 같았습니다. 당장에 찾아가서 안내를 받았습니다. 생활체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운동강도가 좀 있고 20-30대 젊은이들이 주로 온다는 말에서는 멈칫했습니다. 저의 체력으로 운동강도를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고, 젊은이들의 핫한 놀이에 괜히 나이 든 사람이 껴서 분위기를 흐리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래도 신의 뜻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지, 두렵지만 일단 해보기로 하고 1주일 무료체험을 신청하였습니다.


체험 첫날인 오늘 오전, 체육관에는 힘이 넘치는 젊은이들로 바글거렸습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모습에서 오랜 시간 이 운동을 해온 고수들의 포스가 느껴졌어요. 겨우 몸을 움직일 정도의 힘 밖에 없는 제가 이 사람들이 하는 운동량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무려 27가지의 운동을 한다네요. 빠른 템포의 음악과 함께 운동이 시작되었고 코치가 시키는 대로 1번 운동부터 차근차근 수행했습니다. 오호! 근데 이거, 할 만합니다. 동작이 복잡한 두세 개를 빼고는 하는 게 어렵지 않고, 운동강도 또한 제 예상만큼 세지 않았어요. "파이팅! 잘하는데요. 자세가 좋아요."라며 힘을 북돋아주는 코치들의 칭찬에 힘이 불끈 났나 봅니다. 첫 번째 사이클이 끝나고 두 번째 사이클이 시작되자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만 저는 낙오하지 않고 총 1시간의 운동을 거뜬히 해냈습니다.

 

체력은 운동 후 피로감이 얼마나 몰려오느냐로도 판단할 수 있는데, 오후가 되어도 피로감은 거의 없습니다. 세탁기도 돌리고 아이방도 청소도 하고 저녁으로 찹스테이크를 만들었는데도 멀쩡합니다. 오늘의 운동강도는 제게 센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새로운 운동을 했다는 설레는 마음과 긴장감이 아직 남아있고, 해냈다는 성취감에 취해서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저는 오늘 첫 도전자들에게 상당히 힘들다고 하는 운동을 너끈하게 견뎌냈습니다. 이 기분과 분위기를 주욱 이어서 다음 주 운동도 잘해볼 생각입니다. 내년 이때쯤에는 저의 생활체력이 지금보다 1.5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제 차근차근 쌓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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