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 앞을 지나다 매장 안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지나던 길이었기에, 계속 걸음을 걸었으나 이대로 지나가면 사진을 찍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것 같아 가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찰칵".
사진 속에 담긴 문구는 아래와 같다.
"뜻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다"
어쩌면 너무 뻔할 수 있는 글. 그렇지만 내게는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이 문장이 마음에 닿았다는 건, 현재의 삶이 너무 많은 것에 잔가지를 뻗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거다.
사진을 찍고 가던 길을 다시 걷던 중, 큰아버지가 떠올랐다. 큰아버지는 농부다. 40년을 넘게 농사의 길만 걸어왔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진 것 없이 농사를 시작했다. 소작농으로 시작해, 돈이 생기면 무조건 땅을 샀다고 했다. 아끼는 것은 삶이 되었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을 마친 뒤 남은 돈은 다시 땅을 샀다고 들었다.
그렇게 40년.
다른 길은 한 번도 돌아본 적 없는 사람이 바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다. 큰아버지께 농사가 좋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돌아돈 대답은 할 수 있는 게 농사밖에 없어서라는 거였다. 배움은 초등학교 졸업으로 끝이었고, 무언가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집안 형편도 아니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 외길의 삶이 척박하기만 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또는 이 40년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할 거다.
현재 큰아버지의 땅은 20만 평이 되었다. 외길을 걸은 그는 지금도 농사를 짓는다. 동네에 땅이 나오면 농사 소득으로 다시 땅을 산다. 조금은 억척스럽고, 농사밖에 모르는 삶에 대해 지금은 그냥 편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큰아버지의 일화를 듣게 되었다. 농촌에 공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몇 해 전 큰아버지께 땅을 팔라고 온 것이다. 큰아버지는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자 값을 현시세의 3배로 줄 테니 팔으라는 제안이 되돌아왔다고 했다. 이때 큰아버지가 던진 말은 딱 하나였다고 한다.
"난 농사꾼이지 투기꾼이 아닙니다. 일해야니까, 얼른 가셔요."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돈만 바라보고 살았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이 일화를 듣고 큰아버지가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외길. 농사 하나만 바라보고 걸어온 그 길에는 지금도 농사만 존재한다.
재능이 많은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글을 보았다. 재능이 너무 많아서 조금 하다가 어려우면 다른 재능으로 길을 바꾼다는 것이다. 큰아버지의 일화와 오늘의 문장을 떠올리며, 다시금 집중의 중요성을 떠올린다. 이것을 하면 저것도 하고 싶고, 저걸 하고 있으면 이것도 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 하지만 그 결과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