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하마와 오줌 싸는 인형
커피 금단 현상
작년 이맘때쯤, 내 인생 처음으로 커피를 끊었다. 그리고 3개월... 다시 커피를 입에 댔다. 그리고 3개월 다시 끊고, 3개월..
그렇게 반복된 커피와 이별하기에 3번째 도전을 했다. 이유는 늘 죽을 것 같은 체력저하다. 이번 도전의 이유는 얼굴에 염증 반응처럼 두드러기가 올라왔고, 몸이 너무 피곤해서다. 그것이 왜 커피냐고 묻는다면, 커피를 끊었을 때는 그런 힘듦이 없었기 때문이다.
3번째 커피 끊기의 금단 현상을 꼽자면 갈증이다. 돌아보면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가 내 하루 액체 섭취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화장실을 갔다. 마시는 게 하루 커피 1~2잔인데도 소변을 봤다는 거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커피와 함께 내 몸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갔다는 게 된다. 물론 나는 구체적인 의학지식은 없고, 내 몸을 통해 추측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3월 4일부터 커피를 끊었는데, 일주일간은 물이 점점 많이 들어갔다. 다만 소변으로 배출되는 물이 없었다. 마셨지만 배출되는 게 없다는 건, 몸이 모두 흡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억지로 물을 마신 건 아니고, 몸이 갈증을 느낄 때마다 물을 마셨다. 그리고 2주 차. 이제는 물이 미친 듯이 당긴다. 그리고 화장실도 자주 간다. 마치 물먹는 하마와 오줌 싸는 인형이 된 기분이다. 갈증이 당뇨의 증상이라는데,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음식이 마구 당기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은 주로 따뜻한 물을 마신다. 그리고 카페는 예전처럼 가고 있다. 어쩌면 커피를 끊었다 다시 마신 이유가 카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마시는 습관과 예쁜 카페를 찾는 습관은 지켜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음료를 커피가 아닌 티로 바꿨다. 원래 티백티는 돈 아까워서 안 마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몸을 위해 바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따뜻한 물을 마시게 되고, 그 이유에서인지 물은 더 당기고 있다.
몸무게의 변화는 많지 않지만, 몸의 군살도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평소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따뜻한 음료로 바꾸면서 몸속에 있는 지방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랄까.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에는 마실 거다. 완벽하게 끊는다는 생각이 끊지 못하는 원인이 되니까.
얼굴에 나던 여드름 비슷한 염증 반응은 사라졌고, 잠은 눈 감으면 아침이 되며, 물은 미친 듯이 마시게 되는 금커피 2주 차 기록.
지난 2번의 커피 끊기와 다른 점은 따듯한 물을 마신다는 거다. 삼 세 판이라고 했으니, 이번 3번째 커피와의 이별은 왠지 이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