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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May 18. 2023

마음먹은 대로 인생이 잘 풀리면 좋으련만

앞을 바라보고, 설계하고, 그것을 따른다.

무언가를 일궈내고 싶은 마음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출발 선에 우뚝 서있다는 건 어쩌면 살짝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한 발, 또 한 발을 내딛으며 소모되는 에너지와 주변 환경들은 그 설렘과 의욕을 갉아먹으며 사용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거칠게 일어난 불꽃은 그만큼 쉽게 꺼질 수밖에 없기에 불씨 조절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매끄럽게 흘러가는 경우는 그리 잘 없다. 어쩌면 이게 바로 인생이라는 것이겠지.


'목표-설계-행동'


너무도 쉽고 간단한 룰임에도 주춤거린다.

내심 마음속으로 '다음에'를 외치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 기계적으로 입력과 출력을 반복하면 당연히 나갈 수 있지만 인간이라는 물러터진 덩어리 속에 살면 그조차 어렵기만 하다.


고난의 시기에 동요하지 않는 것,
이것은 진정 칭찬받을 만한 뛰어난 인물의 증거다

- 베토벤


어떻게 고난이 들이닥쳤는데 동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유리창과 같은 얇디얇은 멘털을 가진 나에게는 폭풍우 앞에서 우직하게 제 위치를 찾아 버틴다는 것 자체가 재난상황인데 말이다. 아마도 그렇게 힘들기 때문에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는가 보다. 말 그대로 아무나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베토벤이야 후세에까지 유명인으로 남아서 이제는 속 쓰릴 일은 없겠으나 나는 입장이 다르다. 비가 오면 맞아야 하고, 거센 바람이 불면 머리가 산발이 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막상 명언을 마주하고서도 크게 감흥이 없는 이유다. 나는 그저 길을 걸어갈 때 어깨가 조금 덜 젖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소박하다.




인생이 내 마음처럼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일어나서 에너지 넘치는 출근을 하고, 손을 대는 것마다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쌓아가며 가족 모두 건강과 행복을 함께 누리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간단한 그림을 그리자마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정말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리 쉬웠다면 세상에 눈물 한 방울 존재하지 않겠지...


나는 여전히 새벽기상이 어렵고, 매일 식구들의 끼니를 걱정하며 직장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혹여 두 아이의 '콜록'소리가 들리면 병원을 찾아 헤매야할 정도로 걱정이 앞서고 어린이집과 집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생각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퇴근을 서두른다.


아마 삶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행복이 더욱 귀한 것이리라.


마음먹은 대로 인생이 잘 풀리면 참 좋으련만 그러지 않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듯싶다.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앞서고 오늘 10개를 하려고 했는데 2개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입력 - 설계 - 행동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명백하게 있으나 항상 삐그덕 거림에 2프로 부족한 오늘은 보냄을 인정하자. 부족함이 있어야 충전의 기쁨을 누릴 수 있고 100프로의 완충을 기대감으로 대할 수 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인생이 잘 풀리면 참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하염없는 바람보다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제 맛을 찾는 그런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나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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