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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Aug 11. 2023

당근과 채찍의 조화로움은 꼭 필요한가


자기 계발서 또는 철학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나를 사랑하라'라는 부분을 종종 만나게 된다.

너무나 식상하지만 또 무시해서는 안 되는 그 한마디가 때로는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에서인지 쟁취하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나태함이나 게으름으로 똘똘 뭉쳐있는 몸뚱이는 도무지 이루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할 뿐 뇌의 명령을 들어먹지 않는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정말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에게 굳이 당근을 먹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볼품없고 모순덩어리로 전락하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겠으나 실상이 그러하다 보니 자신을 사랑할 건더기라도 찾으려는 나의 수고는 뻘짓으로 끝이 나버린다.




그 유명한 '당근과 채찍'을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는 비단 육아 부문이다.

누굴 닮아서인지(나를 닮았겠지...) 책을 읽고 독서기록을 할라치면 세상 무너지는 빈둥거림을 보여주는 우리 집 첫째. 이럴 때 채찍의 사용은 나의 무기가 되고야 만다.


나: 아들아~ 이제 TV 그만보고 책 좀 읽어볼까?

아들 : 네에~


대답은 정말 잘하는데 손에 들려있는 리모컨은 강력 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TV 꺼!"


결국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말을 해야 그제야 미적미적... 그제야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도 우아하고 품위 있게 육아라는 것을 하고 싶지만 세상이 도와주지 않으니 '채찍'을 꺼낼 수밖에.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TV를 포기하고서라도 달려오는 아이 일진대 직접 읽으라면 태산이 평지가 되어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 집 읽기 독립은 더디게 흘러간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이 모두 다르듯 이 분의 소신은 가죽끈과도 같아서 채찍은 잘 안 먹히는 스타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우리 집은 아들을 춤추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일 뿐이다. 세상 무너질 것 같은 한숨과 함께 책을 펼치기는 하지만 이때부터 엄마의 당근은 시작된다지.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맛이 좋다는 걸 육안으로 확인시켜 준다.


'우우와~ 아들, 요즘 책 읽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

'소리 내어 읽다 보니 틀리는 단어도 확실히 많이 줄었다~'

'이 한 권을 다 읽고 이렇게 깊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니!'

'어쩜 그림 한 장으로 한 권을 전부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엄마도 못한다 야~'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갈고닦은 입에 발린 말들은 바로 육아를 위해 배우게 된 것이 아닐까. 몸속에서 사리는 계속 생성되고 있으나 얼굴은 드라마 킹더랜드에 나오는 '헤르메스 정신'을 장착한다.


하기 싫어하며 온몸을 베베 꼬던 아이는 어디에 가버렸는지 엄마의 쌍따봉에 힘을 입기 시작하며 독후 그림을 정성껏 표현한다. 나중에는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신이 나서 다듬고 설명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당근과 채찍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현장이겠지.



아이를 기르기 위해 인내심을 키우고 정신수양을 하는 길은 다소 어렵다.

그러나 엄마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상 결국 매일 노력하고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정작 나를 위한 당근은 어디에 있으며 채찍은 또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남이 주는 당근은 너무 달고 좋은데 내가 나에 주려고 하는 것은 마련을 해 놓고도 쓸 데가 없어진다. 멈추지 않는 반항심은 그 어떠한 고급 채찍으로도 안 먹힌다.


자신에 대한 소신이 뚜렷해서가 아니다. 채찍을 휘둘러도 혹여 직접 때리면 아플까 봐 전시만 해 놓을 뿐이다. 그러니 절대 안 먹히는 것이겠지. 당근도 채찍도 둘 다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예쁜 장식장에 진열을 해 놓으면 뭐 하나.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것을. 유리 상자 안에 넣어두면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유물이나 다를 바 없다. 그걸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다. 유리문을 열어 뭐라도 끄집어내야 한다.


작심삼일?

그것이 과연 나만의 이야기일까?


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쓰다면서 먹지 않으면 아무짝에 소용없는 일이다. 뭐든 써먹고 활용해야 그 가치가 입증된다. 다 먹고 입이 쓰다면 달콤한 사탕 하나 더 먹으면 될 뿐이다. 그리고 사람의 체질에 따라 맞는 약을 찾아 먹어야 한다. 그래야 효험이 있고 달라질 수 있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써 보아야 어떤 게 효과가 날지 알 수 있다.


일단 유리관의 두꺼운 문을 열어보자.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끄집어내자.


우선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당근부터 시작해야겠다. 안되면 다음 버전은 채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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