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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ul 14. 2023

제대로 된 마음을 쓰고 싶다

요즘 며칠 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종일 끊임없이 할 일들이 생기다 보니 잠을 자는 것조차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나도 안다.

정말 염치없고 구질구질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 일과 중 늘 그렇듯 짬이라는 건 분명 존재하는데 이따위 '바쁘다'라는 단어 뒤에 숨어 당연한 듯 정당성을 획득하려고 한다. 나조차 입 밖으로 '시간이 부족해'라며 읊조리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어이없이 날려버리는 꿀 타임들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


나름 매일 글이라는 걸 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다이어리에 일과를 정리하고, 또 다른 다이어리에 시각화와 감사 일기, 전날 일기 등을 써본다. 여기에 남은 하루들의 틈새를 이용하여 블로그도 하고 업무 처리를 위해 각종 문자들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계적인 내용들만 쓰다 보니 일상생활에 문득문득 들어앉는 각종 생각들이 아주 난리다.


매 순간 눈앞을 스치는 장면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찰나에 나타나는 계획들...


이 모두를 꽉 잡고 싶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언제 있었냐는 듯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미 지나가버려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모습에 답답함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하루가 정해져 있는 루틴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중 마음을 끄집어내는 작은 습관 하나가 늘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늘 방황 중이다. 바쁘다고 어필해도 타인이 아닌 나에게 그 말이 씨알 자체가 먹히지 않는다.


'누가 나보고 하라고 시켰나?'


늘 글을 쓰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 정작 하지 못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보면 마음속 소리가 나에게 핀잔을 준다.


그러게...

누가 하라고 시킨 적도, 안 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왜 늘 압박감에 빠져 살고 있는 걸까?

하다못해 '요즘 왜 글 안 써?'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안 쓰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재가 마음 한편을 무겁게 짓누른다.


나의 욕구불만을 표출하는 공간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그것을 쏟아낼 틈이 없다고 생각하니 거기에서 오는 부작용  같다. 바쁘다고 우기면서 그 와중에 읽고 싶은 책은 자꾸 기웃 거리고, 넷플릭스는 꾸역꾸역 챙겨 보고 있고, 틈틈이 핸드폰 게임도 하고 있는데 끄적거릴 틈이 없는 게 당연하겠지.


누구에게 뭐라 하겠는가.

분명 다른 일들 또한 애초에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채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욕구에 대한 의지의 양에 따라 수행하는 순위가 달라진다. 아무리 글을 쓰고 싶다고 해도 주변 유혹에 무너진다면 애초에 단단하지 않았던 내가 문제인 것이다. 달라지고 싶다고 외치는 데 힘을 쏟지 말자. 그저 입을 꾹 닫고 그 에너지를 쓰는 곳에 몰빵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아가리파이터 아니잖아!


한때 푹 빠져서 보았던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가리파이터...

브런치에 이런 단어를 써도 되나 싶은 고민이 살짝 들기는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문제가 생기면 경고나 주의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지 머~ 소심하지만 일단 써 본다.


주둥이만 나불대는 사람 하지 말고, 그것들을 문자로 다시 써봐야겠다.

입 밖으로 나오면 흩어지고 마는 마음들을 실타래에서 한 가닥씩 풀어내는 실처럼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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