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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May 23. 2023

어차피 같은 값이면 사기보다는 내가 명품이 되겠어

필요한 물건은 '돈'이라는 고마운 도구로 언제든 마련할 수 있게 된 세상이다.

그러나 누구나 풍요롭게 쓸 수 없다는 사실은 그것에 따른 계급이 분명 존재한다. 한계에 따른 희소성이 있기에 좋아하는 것이리라.


한 달을 땀 흘리 내 손에 쥐어진 월급은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탓에 헛헛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찰나를 위해 우리는 또 다음 한 달을 기다리는 반복적인 생활을 벗어날 수가 없다.


한낱 소시민에 불과한 내가 이러한 패턴이 지겨워 전부 때려치운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 본다. 페달을 멈추지 않도록 꾸역꾸역 밟다 에너지가 전부 떨어져 바닥이 난다면? 당연히 동력을 잃은 자전거는 움직임을 멈추고, 중심을 잃어 넘어질 수밖에 없다.


참 얄궂다.


계속하면 숨차고, 안 하자니 넘어지고...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라니 정말 아이러니다.


같은 옷을 입어도 누구는 부티가 나고 어떤 이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서로 상처가 될 것을 알기에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할 뿐. 빈티가 난다 해서 매번 비싼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어리석음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리라. 그런다고 나 자신이 명품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한 기사에서 신라호텔 이부진 대표이사의 사진을 보았다.

그녀가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반박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재력과는 사뭇 다르게 직업적인 면을 제외하고 아들의 졸업식이나 사적 모임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차림새는 다소 소소하게 보일 때도 있다.


예쁜 외모처럼 패션감각도 뛰어난 탓일까, 그녀가 걸치고 찍히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좋아 보인다.

물론 서민이라는 내 입장에서 10~20만 원대의 가방, 스커트와 같은 아이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녀의 재력을 생각하면 수백, 수천만 원짜리여도 이상하지 않기에 '저렴이'가 된다.


그렇다면 이부진 대표는 '저렴이'를 걸쳤다고 그녀 또한 빈티 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가며 당연히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비단 그녀가 다이아몬드 수저여서가 아니다. 사람 자체가 이미 빛을 내고 있어서이다. 어떤 아이템이 함께 할지언정 본인 스스로가 빛이 난다면 다른 것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어울리지 않아도 비싸고 좋은 것을 걸치려는 부류일까?

아니면 스스로 명품이 되고 싶어 하는 부류일까?


생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든지 값이 나간다고 혹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신기능을 탑재했다고 기웃거리지도 았았고, 예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 하기는 했으나 겉옷이 아닌 그들 자체가 탐이 났다.


돈이란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아무리 명품이 질 좋고 오래간다 할지라도 결국 시간이 흘러 없어지는 물건이다. 무소유를 말씀하신 법정 스님의 말처럼 소유욕이 가져오는 비극은 다소 거칠게 끝이 나게 된다. 그러니 명품이 탐이 난다면 굳이 애쓰며 사지 말고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무리 반짝거리는 금반지 일지라도 그것을 끼는 자의 내면이 비어있다면 무용지물이다. 나 스스로가 명품이 되었을 때 가느다란 실가락지가 더욱 고급스러워질 것이다. 자신을 믿고 치장이 아닌 내실을 채우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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