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초
기나긴 미니 연휴가 지나고 일상을 맞이했다.
연이은 빨간 날과 재량 휴업 등을 빌미로 약 일주일간의 미니 방학이었다.
각자 자신의 생활환경 속으로 들어가고 남겨진 나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시간을 선사했다. 무작정 읽었던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이다.
붙박이처럼 있었던 집을 떠나 커피숍으로 짐을 꾸려 나름의 일상탈출을 꾀한 것이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누군가의 방해 없이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지금'이 자유이며 힐링이다. 1분에 50번씩 불러대는 '엄마'라는 소리가 없으니 저절로 환청이 들리는 듯 하지만 카페의 음악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모든 것을 차단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무리 손님이 나밖에 없다고는 하나 남의 영업장에서 주야장천 늘어질 수는 없으니 예의상 두 시간을 조금 더 채우고 자리를 일어났다. 그러나 마음과 엉덩이는 왜 이리 무거운지 속이 상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임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듯했다.
어려서부터 집순이 었던 나는 하는 것 없어도 집이 좋았다. 그런데 결혼 후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집이란 가끔씩 답답한 공간이 되었다. 물론 집에도 다양한 차 종류와 커피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전업주부라는 직업의 직장이 되었다. 집안 구석구석 나의 담당 구역이 되었다.
사람들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휴가를 꿈꾼다.
나 또한 집이라는 회사를 벗어나 휴가를 꿈꾸게 되었다.
남들은 연차 휴가, 여름휴가, 하다못해 생리휴가까지 있다는데 이놈의 주부라는 직업은 그따위 사정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내가 뭐 초등학생들처럼 여름방학, 겨울방학, 재량 휴업일까지 다 달라고 했나! 치...
괜스레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서 의미 없는 투덜거림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어쩌나. 이래도 저래도 내가 가야 할 곳은 집 밖에 없는걸.
그다지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한풀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나의 본업을 시작하려면 나름의 힐링 게이지를 쌓아야 했다. 그런 면에서 오전에 잠깐 주어진 카페에서의 나 홀로 시간은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좋은 시간임이 분명했다.
이제 곧 주말이 다가온다.
엄마라는 직업이 딱히 휴가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어쩌다 보면 야근에 철야까지 주야장천 이어질 때도 많다. 그러나 오늘처럼 만나는 잠깐의 여유는 메마른 땅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처럼 일상의 희망과 작은 행복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