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소개팅이나 선자리에서 가장 흔히 듣는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어떤 타입을 좋아하세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것은 그린라이트라고 생각해도 된다. 마음이 있으니 이런 질문도 하는 것이다.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의 이성상을 듣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낼 만큼 현대인들은 관대하지 않다.
소개팅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속으로는 슬그머니 웃으며 겉으로는 ‘저의 단점은 지나친 완벽주의자라는 것입니다’와 같은 류의 면접용 정답을 이야기하면 된다. 문제는 이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여자든 남자든, 객관적으로 인기있는 사람은 존재한다. 누군가 국내 혹은 해외의 일류대학을 나와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에 다니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거나,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뤘다거나. 혹은 대단한 재력의 소유자거나, 혹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명문가의 자제라거나. 빼어난 외모를 지녔거나 혹은 다른 뛰어난 재능이 있다거나. 어느 정도의 객관적이고 귀납적인 지표가 있다. 그러니까 결혼정보회사의 등급이 산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등급의 남자와 1등급의 여자가 만나면 사랑에 빠질까.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 라는 미드에서 주인공 테드는 과학적으로 완벽한 짝을 찾아준다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다. 그러나 그의 10점 만점짜리 짝은 이미 다른 사람과 교제중인 상태. 테드는 몰래 컴퓨터를 훔쳐보고 10점짜리 여자를 찾아가 당신의 약혼자는 8.3점짜리이고 자신과는 10점이므로 우리는 천생연분이라고 주장한다. 여자는 말한다. 사랑은 8.3점을 완벽한 10점으로 만든다고.
어떤 타입이 좋은지를 말하기는 쉽다. 모든 좋은 조건을 갖다 붙이면 된다. 그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만나면 적어도 싫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점을 가졌으니까, ‘그래서’ 이 사람이 좋게 생각된다. 그러나 정말 내 사람임을 깨달을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이다. 그는 키가 작을 수도, 배가 나왔을 수도, 말투가 어눌할 수도 있다. 그의 눈에 당신은 철이 없어 보일 수도, 소심해 보일 수도,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사람. 내가 생각했던 조건에 자꾸 예외를 허락하게 되는 사람.
절대 연상은 만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그렇게 해서 일 년 먼저 태어난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고, 절대 백화점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여자는 그렇게 해서 백화점이 없는 도시에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