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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왜 좋은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가

사랑은 워킹맘의 가장 큰 무기

by 데이지

인간이 5만년 동안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에게 봉사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에게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헌신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 사이먼 시넥,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2014


2024년 1월,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갔다. 2025년 7월 1일 복직을 했다. 18개월만이었다. 복직하며 걱정이 앞섰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복직해서 적응이 될까. 내 pc 패스워드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데 일하는 법은 기억이 날까. 18개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계속 발전했을텐데 뒤쳐지면 어쩌나. 지각하면 어쩌나. 육아와 가사와 회사일을 제대로 병행할 수 있을까. 내 체력은 감당이 될까. 크고작은 걱정으로 복직 전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회사는 즐거웠고 회사일은 재미있었으며 일과 회사를 병행하는 것은 전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다. 나 혼자서라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친정엄마, 남편, 등원도우미, 가사도우미와의 팀플레이로 가능했고, 어린이집의 훌륭한 시스템과 육아기 단축근무라는 감사한 제도 덕분에 가능해졌다. 아이는 엄마의 복직을 예감했는지 복직 2주 전부터 매일같이 종달기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낮에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고 있는 것보다 회사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내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다. 엄마가 되니 싫은 사람이 없어졌고 힘든 일이 없어졌고 두려운 것이 없어졌다. 아이를 낳아 본 엄마는 안다. 뱃속에 아홉 달 남짓 아기를 품어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생긴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범죄자를 보아도 ‘저 사람도 엄마가 뱃속에서 품을 때는 사랑으로 품었을 텐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하는 연민이 앞선다고 했다. 매뉴얼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 독박육아를 하다 보면 회사 일은 별 것 아니게 느껴지고, 말 안 통하는 아이와 씨름하다가 대화라는 것을 하면 감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집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다가 제대로 옷을 입고 회사에 가면 자존감마저 높아진다.


이 모든 원인은 엄마의 삶에 있다. 엄마의 삶은 헌신과 봉사의 삶이다. 사이먼 시넥이 역설했던 그 리더십을 모든 엄마들은 삶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나를 희생하고 타인을 돌보는 것은 엄마의 기본이다. 그리고 이것은 좋은 리더의 기본이기도 하다. 사이먼 시넥은 그의 저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 아랫사람이 서로를 희생하게 만들려면 리더가 먼저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부모의 행동이었다. 자식을 먹이기 전에 먼저 먹는 부모는 없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먼저 배불린 다음 자신의 배를 채운다. 스스로를 희생해서 우리에게 맡겨진 생명을 책임지고 보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어만 바꾸면 ‘엄마는 마지막에 먹는다(Mothers Eat Last)’ 라고 해도 전혀 거리감이 없다. 엄마는 항상 마지막에 먹고, 가장 맛없는 것을 먹고, 가장 늦게 잔다.


워킹맘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6.0%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성년자인 18세 미만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2.4%로, 2.4% 포인트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경력 단절 사유로도 육아가 4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엄마들이 가진 리더십과 능력을 가정에서 발휘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사회에서 발휘한다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사이먼 시넥의 말을 한 번만 더 빌어본다. 그가 미국 해병대의 3성 장군에게 세계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비결을 물었더니 장군은 ‘사랑’이라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고 한다. 조국에 대한 사랑, 해병대에 대한 사랑, 전우에 대한 사랑. 사랑이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돌본다는 개념이며 공통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있는 조직이라면 어디에서나 필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모든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산다. 그리고 이 사랑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고, 내 자식에게 더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나 자신을 더 훌륭하게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고, 내 자녀와 내 가족을 더 잘 책임지는 리더가 되고 싶다. 모든 엄마는 이미 최고의 리더다. 이 리더십을 일터에서 발휘하는 방법, 그리고 워킹맘에게 주어진 수많은 짐을 슬기롭게 지고 갈 수 있는 방법, 때로 몰아치는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 그래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더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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