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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워킹맘이 되기 위하여

by 데이지

워킹맘은 늘 바쁘다. 특히 아침에는 더 바쁘다. 내 출근 준비만 해도 바쁜 마당에 아이 등원 준비도 시켜야 하고, 이와중에 계속 엄마에게 안기며 달라붙는 아이도 달래야 한다. 매몰차게 아이를 떼어내고 준비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불가능하다. 엄마를 부르며 울고불고 하거나, ‘나를 두고 진짜 가겠다고?’ 하는 듯한 아련한 눈빛을 발사하는 아기를 보면 종종 퇴사의 유혹에 시달릴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카드값도 내야 하는 생계형 워킹맘에게 퇴사라는 옵션은 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는 워킹맘은 늘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육아 시간보다는 육아의 질이 중요하다는 육아 전문가의 말을 상기시키며 꿋꿋하게 일터로 나간다. 일단 이 고비만 넘기고 나면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개월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의 하루는 대략 4부로 이어진다. 출근 전까지의 1부, 회사에서의 2부, 하원 후의 3부, 아이가 잠든 후의 4부. 이 중 시간적으로는 가장 짧지만 가장 정신없는 것이 1부다. 무척 밀도있고 분주하게 지나간다. 원래 출근시간 5분은 평소의 1시간에 맞먹지 않는가. 아침 6시부터 새벽기상을 하는 아기와 놀아주다가 7시쯤 집을 나서는 이 한 시간은 회사에서의 4~5시간보다 더 바쁘고 정신없다. 1분 1초가 아까운 ‘타임어택’의 순간을 이겨내면 2부의 힐링타임이 찾아온다. 워킹맘에게 회사는 소중한 공간이다. 월요병 따위란 없다. 말이 통하는 어른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 안되는 걸 왜 안되는지 설득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이 아니라 수긍과 타협이라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 점심먹을 때도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도, 내 손을 잡아 끌지도 않는다. 밥을 먹다가 “안돼!” 하며 달려갈 일도 없다. 회사다니느라 힘들겠다며 측은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은 회사에 가야 충전이 되는 나는 뼛속까지 워킹맘인가 보다.


타임어택을 이겨내는 워킹맘의 꿀팁


1. 모든 준비는 하루 전날 + 체크리스트 작성

오늘 아침의 정신없는 나는 어젯밤의 게으른 나 때문이다. 내일 아침 입을 옷을 전날 밤에 챙겨 두는 것은 물론 아이의 준비물이나 내일 아침 분리수거 해야 할 것들도 전날 밤에 미리 챙겨둔다. 월요일은 준비물이 많은 날이므로 일요일 밤은 좀 더 분주하다. 이불도 빨아서 챙겨야 하고, 칫솔과 양치컵도 소독해서 가방에 넣어두어야 한다. 엉덩이 수건이나 손수건도 부족하지 않은지 살피고 물티슈나 기저귀가 충분한지도 확인한다.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기억력이 저하된 워킹맘은 체크리스트를 냉장고에 붙여 두면 도움이 된다.


2. 병목 제거 - 삶의 디테일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바쁜 출근시간, 준비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 발생한다.

무엇을 입을까, 하는 고민이 즐거울 때도 있지만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워킹맘의 아침 출근길은 후자에 가깝다. 하루 루틴에서 병목을 제거하려면 각 구간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 출근길의 병목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나눠서 통제 가능한 것부터 효율화하는 것이 슬기로운 워킹맘 생활의 첫번째. 갑자기 울고 떼쓰는 아기, 갑작스러운 응가 테러는 통제 불가한 항목이다. 그러나 나의 출근 준비는 얼마든지 최적화할 수 있다. 의상 고민은 가장 쉬우면서도 그 효과가 뚜렷한 항목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검은색 상의와 청바지, 운동화를 유니폼처럼 입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는 더더욱 동일한 옷을 입음으로써 ‘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니지만 워킹맘으로 출근하다 보면 매일 똑 같은 옷을 입는 것이 여러 모로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에게는 오늘 의상 고민보다 훨씬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은데. 내 옷을 고민할 바에야 애 옷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으로 느껴지는 워킹맘은 점점 패션에서 다양성보다는 효율성을 추구하게 된다.

일단 모든 옷의 톤을 통일한다. 어떤 상의와 하의를 매치해도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색도 디자인도 스타일도 비슷할수록 좋다. 어차피 사람들은 내 옷을 보는 게 아니라 내 능력, 내 업무 성과, 내 인성을 본다. 옷은 깔끔 단정하면 되고 다림질이 필요 없는 옷이면 더욱 좋다.


3. 숨쉴 곳 만들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워킹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다. 주어진 에너지를 100%, 아니 120% 쏟아내야 살 수 있는 워킹맘은 요즘 표현대로 ‘몸을 갈아 넣어’ 육아와 살림을 하게 된다. 때문에 금방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되기 쉽다. 하지만 육아는 장기전이 아닌가. 내가 아프면 누가 아이를 돌봐줄 수 있을까. 워킹맘의 강점은 조직생활에서 얻은 팁들을 개인의 삶에서 적용할 줄 아는 지혜다.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과 같은 조직운영의 키워드는 워킹맘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가치를 어떻게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어떻게 내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면 답이 나오는 순간들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워킹맘은 기댈 곳, 숨쉴 곳을 만들어야 한다. 육퇴 후 먹는 아이스크림, 가끔 나에게 주는 선물로 사 주는 구두 한 켤레, 점심시간 후 산책하며 옆자리 동료와 수다떨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산책이든 운동이든 하기 등등. 헬스나 필라테스를 다니며 체력을 단련하는 것은 출산 후 나의 오랜 숙원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여의치 않는다. 체력을 단련시킬 수 없다면 정신력이라도 단련시켜야 하기에, 가끔 점심시간에 근처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거나 멍때리며 앉아있다 온다. 집도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주어야 하듯 내 머릿속도 아무 생각 없이 환기를 시켜주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이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이야말로 워킹맘에게는 최고의 사치다. 무엇이 됐든 어떻게든 일상에서 스스로 숨쉴 곳을 만드는 것은 장기전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다.


결론

'지속가능한 워킹맘'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를 오래 다니겠다는 (버티겠다는) 뜻이 아니다. 번아웃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나답게’ 성장하며 일과 삶을 조화시키는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내 삶의 방식은 내가 만든다. 그리고 내가 사는 모습은 우리 조직의 촉매가 되고, 내 자녀의 모델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즐거운 워킹맘으로 살고자 고민하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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