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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는 삶을 견디는 힘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워킹맘의 강점

by 데이지

성과관리 리더십에 최적화된 워킹맘의 삶


워킹맘은 ‘성과’에 익숙한 사람이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목표와 수치, 평가와 결과로 정리된다. 숫자가 쌓이고, 보고서가 완성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명확해진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곧 내가 ‘유능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런데 출산과 육아의 세계로 들어서면, 모든 기준이 한순간에 흐려진다. 하루 종일 움직이고 애쓰지만,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자라지만 그것이 내 노력의 ‘성과’라 말할 수는 없다. 울음을 그치게 한 것도, 밥을 먹게 한 것도, 잠을 재운 것도 모두 그때뿐이다. 다음 날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티 나지 않는 일, 그게 육아다. 그래서 워킹맘은 종종 묻는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복직을 하면 오랜만에 ‘성과관리’가 있는 세상으로 돌아온다. 목표가 있고, 마감이 있고, 결과가 있다. 누군가 내 노력을 알아봐 주는 구조 속에 다시 들어가는 것. 그것이 반갑다. 다시 ‘일하는 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버거움이 있다. 업무와 육아, 집안일이 동시에 밀려오는 하루. 아이의 열 때문에 밤을 새우고도, 아침 회의에서 미소를 지어야 한다. ‘완벽한 직장인’과 ‘좋은 엄마’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한다. 성과를 향해 달리는 몸은 지치고, 감정은 쉽게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은 성과관리에 유리한 사람이다. 이미 ‘성과 없는 시간’을 견뎌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육아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단단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중요한 것부터 선택하는 법을 배운다. 시간의 소중함, 집중의 의미, 포기의 지혜를 체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보다 과정’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다. 성과란 결국 ‘결과’의 이름을 한 ‘과정의 총합’이다. 아이가 자라듯, 일도 사람도 그렇게 자란다.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조금 나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성과 없는 시간을 견디는 힘. 그것이 바로 워킹맘이 가진 가장 단단한 역량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육아에서 배운 감각이 빛을 발한다. 아이를 돌보며 기른 인내심, 우선순위 감각, 감정 조절 능력은 팀을 이끌고 위기를 관리하는 데 고스란히 적용된다. 내가 팀장이든 팀원이든 우리는 모두 리더십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효율을 찾아내고, 사람마다 다른 리듬을 존중하는 태도는 리더십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된다.


워킹맘의 리더십은 ‘통제’보다 ‘신뢰’에서 자란다. 아이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달라진다. 팀원이 스스로 성장할 시간을 주고, 결과보다 과정을 함께 보는 시선이 생긴다. 리더십 강의를 듣더라도 체득 없이는 실감할 수 없는 시선. 이것이야 말로 삶 속에서 단련된 가장 직접적이고 인간적인 리더십이다.


성과관리를 위한 워킹맘의 꿀팁


1. 성과의 단위를 하루, 혹은 한 주로 줄이기


육아와 일을 병행할 때는 장기 목표보다 하루 단위의 ‘작은 성취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연말까지 회사 유튜브 구독자 100% 증가와 같은 목표를 세우면 마음만 조급하고 액션플랜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오늘 꼭 해야 할 일 하나를 제대로 완성하는 것은 해낼 수 있다. 오늘, 혹은 이번주에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순위를 세워 하루나 한 주에 해야 할 일을 세 가지로만 정리해보자. 업무 목표 하나, 가정 목표 하나, 나를 위한 목표 하나. ‘미뤄놓았던 이메일 회신하기’, ‘아이와 놀이터에서 30분 놀아주기’, ‘퇴근길에 커피 한잔하기’ 정도면 충분하다. 이 작은 목표를 지키는 순간, 하루가 조금은 내 통제 아래에 들어온다.


특히 복직한 지 얼마되지 않은 워킹맘이라면, 그러나 업무 욕심은 앞서는 워킹맘이라면 원대한 목표를 저만치 세워놓고 달린다면 닿을 수 없는 섬을 향해 헤엄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금방 지치게 된다. 성취도 습관이어서 작은 성과를 이루고 나면 큰 성과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일 년 남짓이나 회사를 쉬었는데 이런 성과를 냈다니!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바로 다음 목표에 돌입하자. 일이란 모름지기 탄력이 붙었을 때 계속 해 나가야 한다.


2. 비교보다는 복기를, 반성보다는 리셋을


나는 7월에 복직했는데, 복직하고 나니 이미 다른 사람들은 상반기에 이룬 성과가 있고, 하반기의 목표 계획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간 회사 상황은 변해 있었고 따라잡아야 할 일들이 산재했다. 집에서는 엄마의 복직으로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래고, 출퇴근하며 제대로 청소를 하지 못해 먼지가 쌓이는 집을 틈틈이 치우느라 몸이 축났다. 회사에서는 내가 육아휴직 중에 저만치 앞서가 있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축났다. 감퇴된 기억력까지 더해져 내 업무능력에 대한 회의가 생기고 우울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과관리는 결국 멘탈관리에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고 나는 나다. ‘오늘은 이만큼 했으니 충분하다’는 긍정적 자기 대화는 다음 날의 집중력을 회복시키는 가장 큰 동력이다.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하지? 다그치는 것은 성과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도 회사일도 해내고 아이도 잘 돌봤다는 다독임을 먼저 스스로에게 해 주고, 오늘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았을지, 다음에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자. 그 분야의 ‘일잘러’가 있다면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회사에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을 돕는다.


3. 아이는 내 성과가 아니다


육아나 가사는 성과랄 것이 딱히 없다. 먼 훗날 아이가 명문대를 간다면 모를까. 그러나 아이가 성공한 것은 아이의 성과지 엄마의 성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한창 예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지만, 그것은 모성애의 발현이자 부모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이지 내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 성과는 내 삶에서 이루는 것이지 아이의 삶에서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작은 성과라도 엄마나 아내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서 이룬 내 성과가 뿌듯하다. 출산 전에도 일에서의 희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복직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업무에서의 성취감을 갈망했는지를 깨달았다.


신기하게도 복직하고 나니 잠은 훨씬 부족해지고 신체적 피로도는 훨씬 올라가는데도 정신적인 만족감은 더 커졌다. 사회인으로서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나니 엔도르핀이 돌아서 육아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 있는 가장 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유능한 사람이다. 직장생활도 해내면서 육아도, 집안일도 해내고 있다. 이런 자기암시와 효능감은 육아와 경력단절로 다소 떨어져 있던 자존감을 회복하게 해 주었고, 회사와 집이라는 각각의 공간을 오가며 각기 리프레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회사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오면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전이 되어 아이와 노는 시간도 더욱 즐겁고 활력이 돈다. 엄마가 기분 좋은 것을 아이도 느끼기에 아이는 엄마의 빈자리에 허전하기보다는 엄마의 활기에 함께 고무된다. 엄마로서의 책임과 회사일에 대한 책임은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결론 – 워킹맘의 성과는 혼자 또 함께 성장하는 것

유능한 워킹맘은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회사에서는 목표를 잃지 않고, 집에서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육아도 커리어도 장기전인 것을 알기에, 결과보다 관계를, 속도보다 방향을 본다. 워킹맘의 성과는 혼란 속에서도 사람을 돌보고, 자신을 다독이는 힘으로 증명된다. 성과 없는 시간도 헛되지 않다. 그 시간 속에서 자란 인내와 공감이 언젠가 누군가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리더십은 결국, 버티는 힘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힘이다. 워킹맘이야말로 그 과정을 이미 살아내고 있는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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