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깝지 않은 아웃소싱의 비결
아웃소싱, 돈이 아깝지 않냐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은 생존을 위해 여러가지 일을 외주(아웃소싱)로 맡길 수밖에 없다. 아웃소싱하는 업무의 가짓수와 범위 등은 집집마다 다르다. 엄빠 상황에 따라 24시간 입주도우미를 구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아웃소싱을 전혀 하지 않고도 잘 사는 집도 있다. 모든 것은 집 by 집. 하지만 워킹맘이고,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인근에 살며 상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웃소싱 없이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우리집의 경우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나와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9시 등원을 시킬 수 없으니 일단 등원 도우미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아웃소싱 대상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화장실 청소나 싱크대 청소라면 질색을 하는 남편 때문이 아니더라도, 퇴근하고 아이와 놀아주고 집안일까지 하려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으니 주 2회 오시는 가사도우미에게 집안일을 좀 더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안일은 나눠서 좀 하면 될 걸(이라고 말하지만 거의 하지 않음) 하고 투덜대던 남편도 가사도우미 이모님이 왔다가신 후 깨끗해진 집을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아웃소싱의 필요성에 대해 토를 달지 않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주 2회가 아니라 주 5회 이모님이 오시면 좋겠다. 하지만 그래서는 내 월급이 남아나지 않으니 이쯤에서 타협하고 몸을 갈아넣기로 한다.
워킹맘에게 아웃소싱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다.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은 더더욱 아니다.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에 가깝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를 두고 출근하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괴로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이렇게 악착같이 회사를 가서 내가 억대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들으면 피식할 수도 있는 월급을 받으며 – 실제로 잠시 오셨던 한 이모님은 그정도 월급이면 그냥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것이 낫다고도 하셨다 – 아웃소싱을 할 때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용 지출에 대한 효용성과 당위성은 수백 번도 계산해 보고, 하지 않아도 되는 지출이면 하지 않는 것이 생계형 워킹맘의 습성이다. 그러나 계산기를 수십 번 수백 번 두드려 봐도 이건 해야만 하는 지출이라면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워킹맘의 아웃소싱, 어떻게 구하고 어떻게 맡겨야 할까?
아웃소싱 꿀팁
1. 슬기로운 아웃소싱 구인전략: 회사의 지혜를 활용하자
회사에서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나는, 간혹 업무상 외주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발생한다. 회사에서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업무 효율성 향상이 우선이다. 회사 유튜브 채널에 내가 아무리 끙끙대고 공들여 동영상을 올린다 한들 외주업체의 제작 속도나 퀄리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둘째로 전문성 확보다. 첫번째와 비슷한 맥락인데,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하니 효율성도 향상될 수밖에 없고, 업무나 프로젝트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소위 말해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전문가들과 일을 하면 A만 얘기했는데 벌써 Z까지 감안한 기획안이 나오고, 결과물 또한 훌륭하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외주업체를 선정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다수 존재한다. 먼저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므로 선정 과정에서 다각도의 면접과 포트폴리오를 통해 몇 가지를 검증해야 한다. 아무래도 업무 능력이 가장 중요하므로 어느 정도의 업력을 가지고 있는지, 지난 결과물이 어떤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우리회사와 성격이 잘 맞는지도 중요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우리회사와 결이 맞지 않는 회사가 있다. 이런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것은 쌍방 모두 스트레스다. 업체를 선정했다면 업무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선 넘는’ 일을 시키거나 요청받으면 역시나 함께하기 어렵다. 계약서 작성과 보안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회사 기밀이 새나가거나, 중요한 정보가 누설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2. 워킹맘의 필수인력, 등하원이모님 구인팁
이와 같은 외주의 원칙은 등원이모님과 가사이모님 구하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인적으로는 등원이모님을 구하는 과정이 험난했다. 등원이모님을 구할 당시 아기는 16개월이었는데, 아직 말문이 트이지도 않고 기저귀도 떼지 않은 아기를 등원시키는 것은 등원이모님들께도 인기있는 구직자리가 아니다. 유치원이나 초등생 등원의 경우 다소 경험이 없어도 집만 가까우면 가능하기에 구인도 쉽고 시급도 높지 않은 편이다. 반면, 30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은 손이 많이 가는 데다가 아직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탓에 아기들은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는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려 하기 때문에 부모조차도 등원이 쉽지 않다. 가령 등원 직전에 기저귀에 응가라도 하면 물로 닦이고 다시 기저귀도 채우고 해야 하는데, 아기는 응가 닦기 싫다, 기저귀 차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며 도망다니기 때문에 초보자는 하기 어렵다.
이 사실을 모르는 채 인근 거주자라는 이유만으로 등원 이모님을 구했다가 이모님이 도저히 못하시겠다며 그만두시는 경험을 두 차례 하고 나니 이제는 거주지의 위치나 시급보다 이모님의 경력을 우선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등하원이모님 구인팁은 아래와 같다.
1) 어린이집 교사 자격증이 있거나 교사 경험이 있는 분으로
정교사 자격증이 있다면 가장 좋지만 최소한 보조교사라도 자격증이나 경험이 있는 분을 추천한다. 어린이집 교사 자격이나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3~4세와 0~1세는 천지 차이므로 반드시 우리아이의 월령에 맞는 아기를 돌보신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17개월부터 21개월인 지금까지 돌봐주시는 등원이모님은 어린이집 교사 경험이 있는 분이다. 아침 한두 시간 정도인데 경험이 뭐 얼마나 중요하겠어? 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지금의 이모님이 아이를 봐 주시니 경력자와 무경력자는 그 차이가 엄청났다. 이모님은 일단 높은 텐션으로 지치지 않고 아이와 놀아주시고, 아이를 보시는 중에는 핸드폰을 일절 확인하지 않고 아이에만 집중하셨다. 이전에 그만두신 두 분은 아이를 보는 중에도 핸드폰을 계속 확인하시거나 한눈을 팔기도 하셨는데, 지금 이모님은 아이를 한시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다.
2) 집이 가까우면 좋지만 거리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회사에서도 이상하게 집 가까운 사람이 가장 늦게 출근하는 경향이 있다. 등원이모님도 마찬가지다. 집이 가깝다고 해서 반드시 시간을 준수하는 것도 아니고, 집이 멀다고 해서 반드시 변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집이 조금 멀더라도 경력과 자질이 갖춰진 분이 낫다.
3) 정해진 시간 이외에도 봐주실 수 있는지 확인하기
영유아기에는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장염, 어린이집 전염병 유행 등으로 등원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등원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프거나 전염병으로 인해 어린이집 휴원 공지가 내려오는 경우 워킹맘은 난감해질 수 있다. 갑자기 휴가를 내기 어렵거나 돌봄에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정해진 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도 돌봄이 가능한지 확인하면 좋다. 나의 경우 등원이모님께서 오후에 다른 돌봄을 가시기 전에 점심시간 정도(약 12시~12시 반)까지는 시간이 가능하신 것을 확인했다.
3. 가정의 아웃소싱, 이렇게 달라야 한다
1) Micro Managing 은 최소화한다.
전문가일수록, 내 분야에 지식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의 간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로 인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등원이모님과 가사이모님께 해당 업무는 전담한다.
2) 정해진 업무/시간 외에는 부탁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의외로 많은 엄마들이 등원이모님에게 집안일을 부탁하기도 하고, 가사이모님께 너무 버거운 업무를 부탁하기도 한다. 직장을 안 다녀봤으면 모를까, 직장생활 잔뼈가 굵은 워킹맘이라면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직장에서 내 업무 아닌 일을 시키면 나도 싫다. 이모님들이라고 다를까. 등원이모님은 아이 아침을 먹인 후 그릇을 치우시는 일이 없다.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아이와 계속 놀아주신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불만을 가진 적은 없다. 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내가 퇴근 후 하면 될 일이고 등원이모님의 영역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가사이모님께도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셔야 할 것 같으면 내가 하겠다고 하고 퇴근하시라고 한다. 간혹 부득이하게 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시는 경우 초과근무수당을 칼같이 챙겨드린다.
3) 역지사지로 생각한다
반나절 일하시는 가사이모님이 중간에 쉬는시간 없이 일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류애에 반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4시간 근무마다 매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한다. 아침 일찍 오시는 등원이모님이 간혹 지각하셔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 나라고 365일 하루도 늦지 않고 출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직장에서 상여금이 나오듯 명절이나 경조사를 챙겨드리는 것, 휴가를 받으면 기쁘듯 간혹 하루씩 유급 휴가를 드리는 것은 이모님을 기쁘게 하고, 이는 업무 성과에 반영이 된다.
결론: 굿파트너 - 직장인 마음은 직장인이 이해한다.
전현직 워킹맘들이여, 직장에서의 ‘짬’이 얼마인가. 눈물젖은 경험을 그저 지나간 시간으로만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회사 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가사와 육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어차피 등원이모님도, 가사이모님도, 어린이집 선생님도 다 같은 직장인일 뿐이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확장해, 내가 함께 일하고 싶었던 상사이자 고용주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일이나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아웃소싱의 경우 사람이 자주 바뀌는 것은 효율성도 떨어지고 아이와 가족의 적응에도 좋지 않다. 처음부터 나와 잘 맞는 파트너를 구하고, 한 번 구한 파트너는 최대한 잘 소통해서 협업해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형태는 아웃소싱일지언정 실제로는 멀리 함께 나아가는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