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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를 멈추면 성장이 시작된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기

by 데이지

다른 사람들은 다 나보다 나은 것 같다는 착각


마흔 넘어 아이를 낳은 나는 어린이집 엄마들 중 단연 1등이다. 당연히 나이 많은 순으로. 그것도 2등과 차이가 많이 나는 1등이다. 요즘은 40대 출산도 많아졌다고 뉴스에도 나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100명중 1명에서 2명이 되었다는 식의 증가였나 보다. 조리원 동기들 중에서는 그래도 또래가 있었는데 동네 어린이집은 어림없었다. 대학도 수시모집으로 합격했고, 취업도 졸업 전에 했고, 대학원도 제일 어린 축에 속해서 그동안은 어딜 가나 어린 편이었는데 학부모의 세계에서 나는 한참 지각생이었다.


노산의 생계형 워킹맘은 부러운 것이 많다. 제일 부러운 것은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전업맘들이다.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할 때, 전염병이 돌아 하원조치가 내려졌을 때, 워킹맘은 아무리 백업 플랜이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젊은 엄마들도 부럽다. 다들 어찌나 곱고 발랄한지. 누가 저 엄마들을 애엄마들로 보겠나 싶다. 나이란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인데다 태어나서 한 번도 동안이었던 적 없는 나는 그저 그 빛나는 젊음과 에너지가 부럽다. 젊은 엄마들은 야무지고 부지런하기까지 해서 노산 워킹맘은 늘 그들에게 정보를 얻기에 급급하다.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인근에 살며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해 주시는 경우도 부럽다. 물론 나도 친정엄마가 주 2-3회 차로 40-50분 되는 거리를 와서 아이 하원과 집안 살림을 도와주신다. 하지만 노산인 탓에 엄마도 연로하셔서 너무 많은 영역을 부탁할 수는 없고, 엄마가 버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해진다. 돈이 많아서 풀타임 시터를 쓰고 매일 가사도우미가 오는 사람들도 부럽고, 집과 직장이 지근거리라 걸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부럽다. 이래저래 부러워하려면 한도끝도 없다.


거기다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너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양날의 검이다. 정보를 얻기에도 좋지만 비교를 하기에도 좋은 수단인 것이다. 대체로 정보를 얻는 것은 20% 정도, 구경하고 비교하는 것이 80% 정도 되어버린다. 소셜미디어 속의 엄마들은 어쩜 이렇게 다들 예쁘고 날씬한데다 집도 좋고 아이도 잘 키우는지. 아이들 옷도 고급스럽게 입히고 아이들도 일찍부터 다양한 체험도 많이 하고 교육도 많이 받아 영특하게 자라는 것 같다. 남편들은 또 어쩌면 저렇게 가정적인지.엉망진창의 집안과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붙잡고 빈둥대는 남편을 번갈아 보고 있으면 속에서 열불이 난다.


워킹맘 멘탈관리 꿀팁


1. 우리는 모두 다른 종(種)이다


보면 볼수록 자괴감이 들고 내 처지가 궁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교를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내 삶을 재단하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에 잠식당한다. 우리는 애초에 다른 사람들인 것을. 사과와 딸기가 같은 시기에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에 같은 색의 낙엽이 달리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애초에 다 다른 품종이다. 아예 다른 종자인데 누가 이런 꽃을 피우고 이런 열매를 맺었다고 해서 그게 승리인 것도 아니고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내게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던 때가 있을 수 있고, 앞으로 그 시기가 또 올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이미 내 삶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는데 내가 다른 삶을 쳐다보느라 내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나에게 직장이 있고 아이가 있고 가정이 있는데 이것이 내가 가진 꽃이고 열매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내 커리어가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진다고, 우리 집이 남의

집보다 초라하다고, 우리 애가 다른 애보다 늦자란다고 걱정하느라 내가 가진 것을 미처 모르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자.


2. 행복을 말하고 기록하자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행동과 마찬가지로 말과 글도 사고와 가치관을 변화시킨다. ‘잠이 부족해서 힘들어’, ‘저 엄마는 매일 남편이 등하원 시켜줘서 좋겠다’ 라는 말 대신에 매일 소셜미디어에, 일기에, 남편이나 부모님과의 카톡과 공유 앨범에 내가 얼마나 오늘 하루 행복하고 감사했는지를 기록하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도, 우리 아이에게 영재적 모멘트가 없어도, 야근을 해도, 오늘 하루는 무사하고 안온하게 지나갔다. 그 하루에 감사하다 보면 내 삶은 풍족하고 충만한 것으로 변화된다.


3. 내가 가진 약점은 모두 내 강점이 된다


그래도 비교를 멈출 수 없다면? 역으로 생각하자.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덕분에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친정엄마가 연로하시고 건강이 좋지 않으신 덕분에 내가 더 책임감을 갖게 됐다. 남편이 조금 게으른 덕분에 내가 얼마나 부지런한지 알게 됐다. 생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 없었던 덕분에 더 탄탄한 커리어를 갖게 됐다.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건강을 좀 더 챙기게 됐다. 내가 다진 약점은 내 강점이 되고, 나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나는 내 삶을 산다


소셜미디어를 끊으라는 식의 불가능한 얘기를 하지는 게 아니다. 비교를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데 그 본성을 버리라는 것도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바뀌자. 그 자연스러운 행동 속에서 내가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작은 실천만 하면 된다. 비교는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게 하지만, 말과 기록은 내 이야기 속에서 나를 다시 찾게 한다. 회사에서 번아웃이 올 때면 아이의 웃는 사진, 가족사진을 찾아보고 내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확인한다. 그러면 나는 다시 내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를 확인할 때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샘솟는다. 내가 이런 것도 이겨내고 있는데 회사 업무가 힘들 게 뭐가 있겠나. 내가 회사에서 이런 것도 하는데 아이랑 놀아주고 집안일 좀 하는게 뭐 어렵겠나. 어느새 일과 가정 양쪽에서 다른 쪽을 더 잘 해낼 힘을 얻는다. 타인들은 그들의 삶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산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겪으며 더 단단해지고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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