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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May 11. 2020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

옴싹달싹 하기 싫은 그런 ....

잠을 잘 것도 아니면서 그냥 마냥 누워있고만 싶은 그런 날......


오늘이 딱 그랬다.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 눈을 뜬 것도 감은 것도 아닌 채로 뒹굴거리고만 싶은.....


서방은 알아서 이것저것 뒤져서 아침을 먹고 출근을 했다.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랴....오늘이 그런 날인 것을.....

늦으막히 일어난 아이가 마루로 방으로 들락거리는 걸 보다보니 어느 덧 점심때다.


"아들, 오늘 점심만 네가 차려 먹으면 안될까? 라면 끓여먹어도 좋구...."


그러자, 아이가 신난 목소리로 문 앞에 와 말한다.


"그럼 엄마! 내가 요리 해줄까?"


할 줄 아는 거라곤 라면과 계란 후라이 뿐인 아들이지만, 어찌됐든 나를 움직이지 않게 한다면야

나는 땡큐지~^^

아이는 또 신나게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계란 3개를 꺼냈다.

부식서랍에서 스팸도 한 캔 꺼냈다.

냉동실에 썰어 얼려둔 파도 꺼냈다.


"엄마, 내가 계란말이 해 줄게~"


아이의 들뜬 목소리에 괜시리 나도 함께 들떴다.


  



탁탁! 착착착착착착~!! 퉁~퉁! 끼이~~이익!!

요란하진 않지만 제법 분주한 소리들이 자꾸 등을 간지럽힌다. 궁금한데! 궁금한걸~! 궁금하네~~!!

결국 이불을 박차고 나가 보니 부엌 끝에 선 아들이 유독 커보인다.

왼쪽, 오른쪽 왔다갔다 손을 놀리던 아들이 드디어 후라이팬을 불에 올리고 촤아~~~~~~! 계란을 부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그럴 듯 하다.

하긴, 계란과 스팸의 조합인데 맛 없을 수가 없지.....


"엄마! 도와줘!!"


갑자기 다급해진 아들의 목소리에 부엌으로 들어서니

도톰한 계란전이 후라이팬에 앉아있다.



"엄마, 스팸이랑 파를 너무 많이 넣었나봐. 안 말아져."


나 닮아 손이 큰 건지, 역시 나 닮아 양을 못맞추는 건지.....^^;

그냥 계란전이라 하고 동그랗게 먹자 하려는데,


"아냐, 엄마. 좋은 생각이 났어. 그냥 다시 엄마 가서 쉬고 있어."


한다.

그래, 오늘 점심은 네게 맡긴거니 알아서 다 해보렴.





"엄마, 이제 나와~!"


아이는 언제 길다란 계란말이용 접시까지 꺼내어 거기에 계란볶음(?)을 담아 내놓았다.


"엄마, 빨리 먹어봐! 계란말이처럼 안 되어서 그냥 이렇게 했어."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계란과 짭잘한 스팸이 보들보들 맛있다.


"밥 생각난다. 얼른 엄마가 밥 해줄게 이거랑 같이 먹을까?"


"응! 안그래도 밥이랑 먹으면 더 맛있겠다고 생각했어!"


아무것도 안하겠다던 나의 점심 일탈이 그렇게 무너졌지만, 나는 기꺼이 쌀을 씻어 밥을 앉혔다.

아이가 나를 위해 해 준 이 요리를 한껏 음미하기 위해, 그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누려보기 위해.


금방 한 밥을 놓고 아이와 마주 앉아 아주 늦은 아점을 먹었다.

아이는 연신 "엄마, 맛있지?" 하고 묻는다.

나는 입 안 가득 계란 볶음을 넣고 엄지를 치켜든다.



어제는 어버이날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은 아이에게 서운했는데,

오늘은 엄마만을 위한 특별 요리를 대접받아 마음 가득 행복하다.

특별한 어느 하루를 챙기지 못하면 어떠하랴.

이렇듯 특별하지 않은 여러 날들이 감동이고 행복인 것을.....


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특별한,

평범함 속에 깃든 작은 기쁨으로 하루가 반짝이는,

그 순간이 주는 에너지로 하루가 힘이 나는,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나의 일 년이 풍성해지는,

그런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 덕분에

나의 삶은 제법 블링블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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