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이 아닌 화분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요즘의 나는 나이 한 100살은 먹은 것 만큼 화분이 좋다.
나도 꽃 좋아하는 여자 중 하나였지만, 예뻐서 사 온 화분을 매번 죽여 내보내기 일쑤이기에
아, 나는 화분 키우기에는 젬병이구나~ 하고 포기했었는데,
작년에 서방이 예쁘다며 사 온 칼린디바 화분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 올 해 또 꽃까지 피우고,
물 주기를 까먹어도 잘 자라주는 바이올렛이 보라색 꽃망울을 터트리고,
여기저기서 주워 온 다육이들이 새끼까지 치는 걸 보니
다시금 화분에 욕심이 생겨버렸다.
꽃이 제일 예쁠 시기를 코로나19로 그냥 지나보내는 것이 어찌나 아깝고 아쉽던지.
아파트의 딱 중간층인 우리집에서는 산뷰도, 바다뷰도, 나무뷰도, 거리뷰도 아닌 그냥 앞동뷰인것을.....
그래서 더 화분이 욕심났는지도 모르겠다.
꽃철에 꽃도 못보고, 사시사철 앞 동을 보고 사는 게 답답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올 스톱된 지금, 예년보다 파란 하늘을 유독 더 많이 보는 것 같아 설레어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나는 활짝 핀 꽃이 심긴 화분을 3개나 입양했다.
수국 철이어서 그런가? 인터넷 페이지 페이지마다 수국 천지다.
소담함박한 수국 사진을 보고있자니 가슴 한 켠이 소녀처럼 뛰었다.
'아무래도 사야겠어.'
일 하고 있을 서방에게 선녀날개같은 수국 사진을 보냈다.
하지만 묵묵부답.
"여보, 언제 시간 내서 양재꽃시장에 한번 갈까? 한번 구경하고 싶은데......"
역시나 반응은 시큰둥.
그렇게 살까 말까 망설이는 와중에
"얼른 나와. 화원 가자."
어린이날 기념이라며 집 근처 화원에 데려가 사고픈 꽃 사라는 서방.
마침 내가 사고팠던 수국들이 있었고, 나는 인터넷보다 훨씬 싼 값에 이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친정엄마께서 외손주 짜장면을 사주시겠다고 오셨다.
매 년 어린이날마다 짜장면을 먹는 것이 우리 집 전통이다.
엄마 눈에는 마흔을 훌쩍 넘긴 딸도 어린이로 보이는지 대뜸 선물을 사주시겠단다.
마침 동네에 장이 섰고, 또 마침 꽃트럭도 왔기에
오롱조롱 세 가지 색깔 꽃이 활짝 핀 화분을 골랐다.
"그거 자스민이야. 꽃이 하얗게 변하면 향이 아주 끝내줘."
엄마는 그렇게 엄마향과 비슷한 자스민화분을 우리 집에 들여주었다.
요즘엔 베란다로 통하는 거실 끝에만 가도 자스민 향기가 진을 친다. 그 향기에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춰서서 눈을 감는다.
자연의 힘이란......
푸르디 푸른 초원도, 넓디 넓은 꽃밭도 아니건만,
작은 화분 딱 그만큼의 흙에서 자란 저 초록이들이 주는 휴식과 상쾌함은 여느 수목원 못지 않다.
무관심으로 말라 병들게 하지 말아야지.
과한 사랑에 과습으로 죽게 하지 말아야지.
적당히, 적당히,
잘 보듬고 키워 내년에도 예쁜 꽃을 입혀줘야지.
내년 이 맘때는 더욱 초록초록한 화분뷰로 힐링해야지.
“우리 앞동 이웃님들~! 어쩌다 저희 베란다 보게 되시면 함께 힐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