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수만가지 바쁨의 이유 중에 나는 없었다

by 소연

너의 수만가지 바쁨의 이유 중에 나는 없었다.

네가 처리해야 할 수십만장의 서류 맨 마지막 장이 나였다.

네가 만나는 수십명 지인들의 줄 맨 끝이 나였다.

내가 아는, 때론 모르는 네 지인들에게 수시로 새치기를 당하는 사람이 나였다.

네가 잘 가는 카페의 네 관심 밖 음료가 나이고,

네 단골 술집의 마지못해 주문하는 안주가 나였다.

나는 바보같아서 너의 바쁨에 끼어들지 못했다.

너는 이런 나를 착하다고 포장했다.

내겐 네가 가득하고 네겐 내가 없고

내겐 네가 설렘이고 네겐 내가 편함이고

내겐 네가 전부이고 네겐 내가 일부라면

이제 그만 하자.

그만 하자.


나의 수백만가지 반짝이는 순간 중 너의 자리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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