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세 걸음

모옌/임홍빈 역(문학동네)

by 소연




위화가 삶의 질곡과 슬픔을 웃긴 몸짓에 담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라고 한다면,
모옌은 끊임없이 현란하고 은근하고 의미를 숨긴 말솜씨로 청중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탠딩 코미디의 대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팡푸구이 선생이 죽었다.
아니 살았나?
아니 죽었을 것이다.
아니 살았을지도.....
아니 죽은 게 확실하다.

모든 사건은 거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아니 그 전부터....
아니 그 이후부터....
아니 어쩌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미 오래 전 부터 일어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야기를 한다.
너는 듣는다.
나는 듣는다.
그는 너를 처음 본다.
너는 나를 알고 있다.
나는 그를 잊어버렸다.
네가, 아니 내가, 아니 그가 이야기를 한다.

결국, 처음부터 나는 내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너도 네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나로 살아도 재미없는 세상이라면,
내가 너로 살아도 힘겹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엔 아무런 존재감 없이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다 해도
나는 '나'일 때 가장 값지고 행복하다.




"돈 없이도 못 살지만, 돈이 많아도 아무 의미가 없지. 사람 사는 게 그저 피우고 싶은 거 피우고, 마시고 싶은 것 좀 마시고, 먹고 싶은 것 좀 먹고, 입고 싶은 것 좀 입을 수만 있다면 다 되는 거 아니겠어요." -p.330-


"정말로 죽음이 두려운지 두렵지 않은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겠지. 난 당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 그건 무슨 일이든 잘하기 위한, 그리고 유쾌하게 살기 위한 전제이니까. 당신이 용기를 잃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는 순간, 당신이 죽음을 생각하면 죽음의 문이 당신 앞에 활짝 열릴꺼야 — 그 안에는 꽃도 있고 음악도 있어. 고통이나 번뇌는 없어. 어떻게 가든 종착역은 거기야 — 당신의 용기가 온 몸에 가득 차 흘러넘치면, 당신에게는 행복을 쟁취할 힘이 생길 거야. 앞뒤를 두리번거리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방황하느라 입에 다 들어온 맛있는 고기를 떨어뜨리지 않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내 말뜻 알아듣겠어?" -p.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