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O를 찾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결혼한 지 20년 차, 지금까지 총 14번의 이사를 했다.
남편이 언젠가 “이번 집은 계약한 2년 동안만이라도 꼭 살자”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병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역… 마… 살?
금방 살찌는 체질이라 평생 다이어트를 하며 살기에 ‘살’이란 단어는 무척 불편하다.
그런데 역마살 이라니… 더 무섭고 두려운 말이지만 이 말로밖에 표현이 안된다.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 타고난 것을...
그랬던 나였는데… 지금은? 잘 참고 산다.
하나뿐인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모든 일은 아이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이의 학교, 친해진 친구들, 몇 년째 열심히 다니는 수학학원 등 이미 만들어진 아이의 세상을 이제는 떠날 수 없다.
그리하여 22년 1월부터 3년째 용인시 수지구에 살고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신분당선-수지구청] 역이 있어 강남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수지 구청역 부근 학원가에는 120여 개 좋은 학원이 있고, 먹자골목에는 맛집들이 가득하다. 가까운 ‘천당밑에 분당’ 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살기 좋은 곳이다.
얼마 전만 해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집 근처에 뭐가 있는지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잠시 살다 떠나는 곳’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용인 수지는 사뭇 다르다. 진짜 우리 동네라는 생각이 들고, 이곳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은 ’오래오래 볼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3월 중순 어느 날, 동네를 걷다 우연히 현수막 하나를 보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요즘 세상에 길가에 걸린 현수막을 이토록 자세히 보게 되다니…
홈페이지도, SNS도, 유튜브 영상도 아닌 현수막을 말이다
예술활동 매개자 ‘아트러너’를 모집합니다.
현수막 속 ‘아트러너’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고 있기 때문일까?
’ 아트러너‘가 뭘까? 처음 들어 보는데…
어? 용인문화재단에서 뽑는 거잖아
음…. 지원기간이 다음 주 까지로구먼.
한번 검색해 봐야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용인문화재단 홈페이지의 모집공고 글을 찾았다.
‘아트러너’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열심히 읽었다.
그동안 내 심장은 쿵쾅거리며, 평소보다 신나게 뛰고 있었다.
와, 이거 너무 재밌겠는데?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거랑 너무 비슷한데?
(나만의 드로잉 클래스를 열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종종 생각했었다)
그나저나, 강의 경험이 전혀 없는데 할 수 있을까?
지원자격은 될까? 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네?
생각을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계속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한마디로 나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 이번에도 역시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안 되겠다 싶어 고개를 휘저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뭐지? 딱! 그것만 생각하자!’
‘아트러너’가 되고 싶은 이유는 이렇다.
사전 교육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준비를 미리 한다는 것.
‘문화예술 교육전문가’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다는 것.
현장 실습을 통해 충분히 연습해 보고, 멘토링 받을 수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두근 거리는 일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예술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그 경험들이 켜켜이 쌓이고, 그렇게 연말이 되면 ‘나만의 드로잉 클래스’를 어떻게 운영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짜릿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드로잉 클래스’를 열고, 재밌게 수업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지원자격은 오직 ‘용인시에서 활동하는 자’이고, 우대조건은 ‘운전가능자’이다.
고민은 그만하고, 일단 지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