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인도' 강의를 들으며
수십 개 나라를 두 발로 누빈 끝에 깨달았다.
여행은 반드시 실제 장소로 이동일 필요가 없다는 것.
여전히 몸으로 부딪히며 겪는 우연과 사건의 연속인 '여행'을 사랑하지만 이젠 꼭 그곳에 서 있지 않아도 전혀 다른 사람들, 생각, 문화, 관습과 전통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것 같다.
넘쳐나는 온갖 정보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머리로 이해하고 경험하는 여행도 즐겁다.
도서관 인문학 강좌에서 ‘인도(India)’를 소개받았을 때, 강사는 이렇게 농담처럼 말했다.
“갈 곳이 그렇게 많은데 왜 굳이 인도로 여행을 …?”
그는 4년 6개월을 현지 주재원으로 살아낸 ‘생활인’이었다. 단순 관광객이 아니니, 한마디 한마디에 생존 노하우가 묻어났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인구 대국, 카스트, 힌두교”라는 키워드만으론 인도를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영토: 아프리카 대륙과 맞먹는 크기, 기후는 열대우림에서 툰드라까지 풀옵션.
주(州): 28개. 그중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한 곳만 해도 인구 1억 2천만, 면적 870 km—우리나라의 두 배.
인도는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일상처럼 소비된다.
언어: 공용어가 무려 22개. 흔히 떠올리는 힌디어(Hindi)를 모국어·제1외국어로 쓰는 비율은 60%가량.
민족 & 종교: 4대 인종, 700개 부족. 힌두교 80%지만 이슬람 14%, 기독교 2% 역시 ‘절대 적지 않은’ 숫자일 수밖에 없다.
사회구조: 카스트제는 여전히 사람들의 삶에 큰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고, 빈부격차는 ‘극과 극’을 넘어 ‘우주와 심해’ 수준.
2000년 이후 장기 집권 중인 인도인민당(BJP). 그들이 추진하는 ‘힌두 민족주의’가 적용된 교육현장은...
국립학교는 4개의 기둥과 지붕, 4개의 벽으로 이뤄진 공간인지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고, 교사 결근율이 30~60%라고 한다.
교과 과정은 종교·애국 이데올로기로 기울어, ‘읽고 생각하는’ 능력보다 ‘암기와 복창’을 요구한다고.
글자를 읽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 그림 교과서가 일상.
내가 이해한 인도의 문제는
교육 부실 → 우민화, 수준 낮은 노동자 양산 → 저임금 → 세수 부족 → 공무원 부족, 저임금 → 부정부패 →공공서비스 부실, 열악한 기업환경 … 이러니 해결책이 요원한 거 아닐까?
GDP 15,000달러 이상 소득층: 약 1억 명(전체 14억 인구의 7%)
일일 만 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 82%
농업 의존도: 전체 산업의 절반. 그중 상당 부분은 천수답(하늘이 비 내려주길 바라야 하는 농법)
얼핏 ‘IT 강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떠오르지만, 실제로 IT·스타트업 생태계에 종사하는 인력은 500만 명 남짓. 상위 0.3%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이토록 복잡다단한 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인도인들은 오늘도 치열하게 ‘내일’을 개척하겠지.
카오스 속 질서를 만들고, 불확실 속 기회를 찾아내는 그 생명력과 에너지가 인도를 다녀온 여행객들이 찬양하는 매력이 아닐까.
2시간 남짓한 강의를 듣고도 인도 정치·경제·교육 어느 것 하나 걱정되지 않은 분야가 없었지만,
동시에 “그래서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