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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영 Sep 08. 2016

삶을 사랑하라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

***


“우리는 마약을 복용하는 자와 공급하는 자를 구별해야 한다. 삶의 피로를 호소하는 자들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자들이 따로 있다. 그들에게 일시적 위안을 주면서 근본적으로 삶의 피로를 더욱 확대하는 마약 공급자들, 차라투스트라는 그들을 ‘죽음의 설교자들’이라고 불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떠나 가상 세계를 창안하고 그곳에 확실하고 영원한 진리를 두는 것도 미친 짓이고,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질 끔찍한 보복을 상상하며 이 세계를 견디는 것도 미친 짓이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인간들은 ‘바보’일지언정 ‘죄인’이 아니다. 그들을 죄인으로 만든 것은 성직자들이다.

삶에 무슨 죄가 있을 수 있는가? 삶은 그 자체로 순진무구한 게 아닌가?"


***


로빈 노우드(Robin Norwood)의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한마음사, 1996)은 읽을 때마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집어던졌던 생각도 떠오르고, 한동안 우울했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너무 사랑한다’는 것은 한 남성에게 강하게 집착하고, 집착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인생이나 건강, 행복에 있어서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알면서도 그 집착을 끊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선택한 결혼에 대해 아주 많은 부분이 이해되었다. 왜 결혼 생활에 대해 부정적이었는지, 왜 계속 이혼을 꿈꾸고 있었는지, 왜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했었는지, 왜 같은 갈등을 반복하고 있었는지, 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지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의 착한 척하고 있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스스로 창조한다. 삶을 아름답게 재창조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니체는 삶에 대한 사랑을 ‘운명애'(amor fati)라고 불렀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아름답게 창조해 주는 것이다. 물론 그 창조에는 고통이 따른다. 재창조되기 위해 하나의 삶은 다음 삶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


나는 늘 ‘착한 애’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늘’ 착하기 위해서는 꼭 그만큼 거짓으로 꾸며진 채로 살아야 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 ‘가면’을 확인하게 된 일은 충격적이었고 참담했다. 하지만 책을 던진다고 해결될 일은 더욱 아니었다.


나는 나를 버릴 것 같지 않은 남자를 선택했고 그게 사랑이라 착각한 채로 관계를 맺었었다. 그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착각이란 걸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만큼 걸린 시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렇게라도 나를 위로하고 싶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


니체 씨!

난 ‘콤플렉스 덩어리’야.


착한 여자 콤플렉스, 장녀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성 콤플렉스, 외모 콤플렉스, 지적 콤플렉스, 슈퍼우먼 콤플렉스, 이 일곱 가지 여성 콤플렉스 외에 평강공주 콤플렉스, 낙랑공주 콤플렉스, 결혼 콤플렉스, 이혼 콤플렉스, 가족 콤플렉스, 아직 이름 짓지 못한 온갖 콤플렉스가 버무려진 독특한 여자야.


이런 나도 내 운명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운명을 아름답게 창조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를 ‘나’로 채우는 걸 배울 수 있을까?


나, 이제쯤 다시 사랑하고 싶거든.

아픈 사랑 말고 건강한 사랑하고 싶어.

내가 먼저 건강해져서 건강한 사람 만나고 싶어.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랑 같이 있어 줄래?

우리, 친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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