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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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사랑이고 생성이다.
진리를 사랑하는 자는 진리의 어머니이자 친구가 되려 하지 그것의 폭군이나 신도가 되려 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스스로의 진리를 낳아야 하며 그것의 친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지혜의 친구’로 불리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을 주며, 서로가 서로를 변신시켜 주는 관계, 그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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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씨!
사랑은 ‘사치’일까?
여전히, 매우, 대중적이고 전통적 제도인 ‘결혼’의 가장 강력한 힘이 뭔 줄 알아?
경제적인 거야. ‘사랑’이 아니더라니까.
나에겐 ‘결혼’과 세트였던 ‘좋은 엄마’는 어떻고?
‘엄마’라는 여성 자신의 요구나 욕구나 욕망 같은 건 가지면 안 되는 거더라고.
가부장제가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모성에 대한 강조’였어.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이게 뭔 소리야? 뭐가 강하다는 거야? 그냥 희생하라는 거잖아. 그것도 끝없이.
그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모든 여자가 아이를 낳아야 하고 그 아이를 돌보는 걸 즐기고 좋아해야 해?
누가 그랬더라. 여성이 자궁이 있어서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냐고.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어.
왜 나의 다양한 욕망을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해?
왜 나에게 솔직하려면 ‘용기’가 필요해야 하냐고?
뭐가 그리 대단한 거라고.
나는 ‘결혼’을 떠났고, 그건 좋은 결정이었어.
사랑을 알 수 없는 관계를 떠나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가능성이 열렸으니까.
‘결혼’과 ‘사랑’을 분리하는 데 20년이 걸린 셈이야.
참 징하다.
내 행복을 내가 책임지기가 산 너머 산이네.
난, 사랑이 ‘사치’라고 해도 사랑 그거 해보고 싶어.
내가 어떤 사랑일지 궁금해서 알고 싶거든.
그리고 어디에 있지 않을까?
가부장제가 준 보상과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저항을 시도하는 남자들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진 기득권을 포기할 줄 아는 남자들이?
나,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남녀평등을 주장하느냐고? 아니야. 그런 건 됐어.
내가 말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해봤더니 힘만 들어.
어차피 다르잖아. 왜 같아야 해? 그냥 다른 채로 잘 살 수는 없나?
강하면 강한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그냥 그렇게 서로 존중하면서 살 수 있잖아.
그리고 강하다거나 약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주 작은 차이일 뿐이야.
아니, 그 좋은 걸, 같이 좋자는 데, 왜 못해서 안 해?
니체 씨!
아직 늦지 않았지?
‘결혼’이 ‘사랑’이 아니란 걸 아는데 걸린 20년이 헛산 것만은 아닐 거야.
함께 있어서 기분 좋은 느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 있지 않을까?
내게 사랑은 ‘좋은 느낌’이거든. 뭐, 내가 좀 변덕스럽긴 하지만.
어쩐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그건,
아마도,
남자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한,
나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