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영 Sep 19. 2016

순수한 인식을 꿈꾸는 자들은 음탕하다

사랑은 사치일까?

***


"결국 문제는 사랑이고 생성이다.

진리를 사랑하는 자는 진리의 어머니이자 친구가 되려 하지 그것의 폭군이나 신도가 되려 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스스로의 진리를 낳아야 하며 그것의 친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지혜의 친구’로 불리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을 주며, 서로가 서로를 변신시켜 주는 관계, 그것이 되어야 한다."


***


니체 씨!


사랑은 ‘사치’일까?

여전히, 매우, 대중적이고 전통적 제도인 ‘결혼’의 가장 강력한 힘이 뭔 줄 알아?

경제적인 거야. ‘사랑’이 아니더라니까.


나에겐 ‘결혼’과 세트였던 ‘좋은 엄마’는 어떻고?

‘엄마’라는 여성 자신의 요구나 욕구나 욕망 같은 건 가지면 안 되는 거더라고.

가부장제가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모성에 대한 강조’였어.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이게 뭔 소리야? 뭐가 강하다는 거야? 그냥 희생하라는 거잖아. 그것도 끝없이.

그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모든 여자가 아이를 낳아야 하고 그 아이를 돌보는 걸 즐기고 좋아해야 해?

누가 그랬더라. 여성이 자궁이 있어서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냐고.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어.

왜 나의 다양한 욕망을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해?

왜 나에게 솔직하려면 ‘용기’가 필요해야 하냐고?

뭐가 그리 대단한 거라고.


나는 ‘결혼’을 떠났고, 그건 좋은 결정이었어.

사랑을 알 수 없는 관계를 떠나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가능성이 열렸으니까.

‘결혼’과 ‘사랑’을 분리하는 데 20년이 걸린 셈이야.

참 징하다.

내 행복을 내가 책임지기가 산 너머 산이네.


난, 사랑이 ‘사치’라고 해도 사랑 그거 해보고 싶어.

내가 어떤 사랑일지 궁금해서 알고 싶거든.

그리고 어디에 있지 않을까?

가부장제가 준 보상과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저항을 시도하는 남자들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진 기득권을 포기할 줄 아는 남자들이?

나,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남녀평등을 주장하느냐고? 아니야. 그런 건 됐어.

내가 말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해봤더니 힘만 들어.

어차피 다르잖아. 왜 같아야 해? 그냥 다른 채로 잘 살 수는 없나?

강하면 강한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그냥 그렇게 서로 존중하면서 살 수 있잖아.

그리고 강하다거나 약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주 작은 차이일 뿐이야.

아니, 그 좋은 걸, 같이 좋자는 데, 왜 못해서 안 해?


니체 씨!

아직 늦지 않았지?

‘결혼’이 ‘사랑’이 아니란 걸 아는데 걸린 20년이 헛산 것만은 아닐 거야.

함께 있어서 기분 좋은 느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 있지 않을까?

내게 사랑은 ‘좋은 느낌’이거든. 뭐, 내가 좀 변덕스럽긴 하지만.

어쩐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그건, 

아마도, 

남자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한, 

나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거야.



작가의 이전글 나는 미래 속으로 날아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